"추석에 가족 보고 싶어요"…스위스 학생 비르쉬가 한국 온 이유
어머니 입양 전 가족 찾아 삼만리…7번째 방문
서류 여기저기 공백…진실규명 위해 진화위 신청
- 유채연 기자,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신윤하 기자
"아시다시피, 추석 연휴가 오고 있죠. 한국 입양인과 후손들에게 추석은 정말 슬픈 명절이라 생각합니다.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으니까요."
어머니인 일로나 브르슈, 입양 전 한국 이름 차일숙 씨에 대한 기록을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요슈아 비르쉬(19)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르쉬는 "학교의 혼혈 친구들은 고향으로 가족을 보러 간다고 하는데, 저도 '한국에 간다'고 말하지만 가족이 한국 어디에 있는진 모른다"며 "한국 가족을 만나면 같이 산책하고, 저녁을 먹고 싶다.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한국행은 이번 처음이 아니다. 그와 차 씨는 2022년 추석 연휴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으나 관계 기관들도 연휴로 쉬는 탓에 빈손으로 스위스로 돌아가야 했다.
이후 비르쉬는 더욱 자기 뿌리 찾기에 매진해 왔다. 주된 목적은 혹시 어딘가에 남아 있을 기록을 찾는 것이다.
그는 추석 연휴인 오는 27일까지 경남 창원시 진해구 일대에 '차일숙의 한국 가족을 찾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전단을 붙이고 진해시청 등 관계기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은 그의 7번째 한국 방문이다. 비르쉬는 한국어는 못하지만 어느새 한국 지리엔 익숙해졌다. 그는 "홍대 인근은 비싸서 이번엔 주로 호스텔 가격이 저렴한 종로 일대에 머물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비르쉬가 확보한 서류에 따르면 차 씨는 1964년 경남 진해의 진해시청 인근에서 발견돼 약 한 달 만에 진해보육원에 보내진 뒤 4년 뒤 스위스로 입양 갔다. 입양 관련 행정 서류는 일부 남아있지만 보육원 생활 당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주요 문서들은 그의 스위스행이 결정되자 발견 4년 만인 1968년 작성됐다. 입양 과정은 한국의 홀트아동복지회와 스위스 비정부기구(NGO)인 인간의대지(Terre des hommes)가 중개했다.
차 씨는 1950년대 이후 한국에서 이뤄졌던 아동 해외입양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당시 정부는 한국전쟁 후 시설에 수용됐던 전쟁고아와 혼혈아에 대해 구호 비용 부담, 단일민족 전통 저해 등을 이유로 해외입양을 추진했다. 입양 알선 과정에서 상당한 금액이 '기부금'으로 전달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따르면 1955년부터 1999년까지 현존했던 입양알선 기관 네 곳(홀트아동복지회·한국사회봉사회·동방사회복지회·대한사회복지회)을 통해 해외 입양된 아동은 14만 1778명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원활한 입양을 위해 아동 신원의 고의적 누락이나 조작이 이뤄졌다.
비르쉬는 어머니의 입양 과정에서도 서류 조작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차 씨는 본래 1964년생이었지만 입양 과정에서 입양 가족의 뜻에 따라 1966년생으로 생년이 바뀌어 현재까지 '66년생'으로 살고 있다.
호적상 본관은 '한양'이지만 이는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본관이다. 입양알선기관의 사무소가 서울에 있기 때문에 당시 다수 고아에겐 일률적으로 '한양'이란 본관이 부여됐다.
그의 성 씨에 관해선 여전히 풀지 못한 의문이 남아 있다. 비르쉬는 "당시 진해보육원 대부분 원생의 성 씨는 원장의 성을 따른 '박 씨'였는데 왜 어머니의 성 씨만 달랐는지 이유를 모른다”며 "왜인지 물어도 기관들은 답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비르쉬는 "원래 존재해야 하는 모든 서류가 사라진 상태"라며 "서류 조작이 있었을 수 있기에 어떤 서류가 진짜이고 어떤 게 가짜인지, 무얼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일전에도 진해시청 등을 찾아 자료를 요청했으나 이 역시 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로 어머니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찾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비르쉬는 관련 기록을 모아 3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할 계획이다. 제대로 기록이 이뤄지지 않고, 공개도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았단 것을 위원회를 통해 입증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 자료를 모아야 할지, 진실규명을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조사에 얼마나 걸릴지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 있다. 비르쉬는 "우선은 신청까지 남은 기간 최대한 많은 서류와 증거를 모으려 한다"고 말했다.
3기 진실화해위에는 지난 7월 해외입양 사건을 전담하는 조사3국이 설치돼 해외입양 관련 신청 사건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2기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3월 해외 입양에 관해 2년 7개월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국가와 입양알선기관 등에 의해 △허위 기아(棄兒·버려진 아이) 발견 신고 등 기록 조작 △적법한 입양 동의 부재 △의도적 신원 바꿔치기 △양부모 수요에 맞춘 아동 대량 송출 등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과거엔 해외 입양 과정에서 어떤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제대로 몰랐다. 2기 위원회에 몇백 건 규모의 관련 사건이 접수되며 진실화해위도 해외입양 문제를 인식하게 됐다"며 "피해자들 대부분이 외국에 있어 조사가 쉽지 않기에 특수성을 고려한 조사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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