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윤석열 방어권 보장 폐기' 상정했지만…의결 불발(종합)

안창호 "전문가 의견 듣자"…한달 내 의결 예고도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원회에서 제15차 전원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6.9.14 ⓒ 뉴스1 이종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의결한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을 폐기하자는 안건을 격론 끝에 전원위원회에 상정했지만 결국 의결하진 못했다.

인권위는 14일 오후 제15차 전원위원회에서 '2025년 2월 10일자 제25-10호 전원위 의결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의결의 건'을 6명 찬성, 5명 반대로 상정했다.

해당 안건은 지난해 2월 10일 인권위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을 권고한 것을 폐기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숙진 상임위원을 비롯해 진보 성향 인권위원 6명이 지난 7월 13일 안건을 발의했다.

보수 성향 위원들은 과거에 적법하게 이뤄진 인권위의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 인권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안창호 위원장은 "이 안건은 위법하고 헌법 가치와 원리를 훼손하며 인권위의 독립성과 신뢰를 침해할 수 있다"며 "인권 문제 발생을 예방하고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헌법재판소 등 국가기관의 적법 절차를 지키라는 전원위의 의견 표명 및 권고는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마땅히 존중돼야 하며 폐기나 대국민 사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석훈 위원은 "과거 적법하게 이뤄진 인권위 결정을 폐기하겠단 안건은 의결이 이뤄지더라도 법적으로 무효"라며 "결정 후 1년 7개월이나 지금 지금에 와서 폐기하는 의결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권고 및 의견 표명이 반영돼 집행 종료된 이 사건 결정의 효력이 소급해 상실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폐기 안건을 발의했던 진보 성향 위원들은 인권위의 잘못된 의결 내용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민문정 위원은 또다시 안건이 상정되지 않고 보류된다면 무기한 농성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숙진 상임위원은 "2025년 2월 10일의 의결을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거나 이미 이뤄진 사실 행위를 소급해서 취소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다만 그때의 의결이 인권위의 역할이나 독립성에 비춰서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 재평가해서 그 의결을 더 이상 인권위의 입장으로 유지하지 않고 국민에게 사과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김학자 상임위원이 표결을 통해서 안건 상정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하면서 표결이 이뤄졌다. 이숙진·오영근·오완호·조숙현·소라미·김민문정 위원 6명이 찬성했고, 안창호 위원장과 김학자·한석훈·강정혜·김용직 위원 5명이 반대해 결국 안건이 상정됐다.

하지만 안건 상정 이후 약 1시간 30분 가량의 논의에도 표결 절차에 이르지 못했다.

안 위원장은 해당 안건 찬성·반대 위원들이 각각 2명의 전문가 의견을 듣고 논의하겠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2명의 전문가 의견을 듣고 표결하겠다며 오후 7시 9분 폐회를 선언했다.

이에 반발한 진보 성향 위원들은 기자들을 만나 "반대표 행사의 역사적 책임이 기록으로 남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독단적 꼼수"라며 "과거 결정의 법률적 효력을 소급적으로 무효화한다 식으로 확대 해석되면서 폐기가 말꼬리 잡자는 식이 됐다"고 지적했다.

6명의 위원들은 안 위원장이 떠난 회의에 대해 이숙진 위원이 직무를 대행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다만 이 안은 전례가 없기에 법적 효력이 필요하단 입장이 있어 의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오는 10월 12일까지 안건을 의결하겠다고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현재 인권위 위원들은 보수 성향 4명(안창호·김학자·강정혜·한석훈), 진보 6명(이숙진·오영근·소라미·오완호·조숙현·김민문정), 중도 1명(김용직) 등으로 구성된 상태다. 방어권 폐기 안건이 상정된 만큼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