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인스타 스토리 열람도 스토킹?…법원 판단은[사건의 재구성]

2주간 9차례 열람 기록…댓글이나 메시지 안 보내
법원 "게시물 열람만으로 스토킹으로 보기 어려워"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지난해 7월, A 씨는 전 여자 친구 B 씨의 인스타 스토리에 접속했다. A 씨와 B 씨는 약 4년간 교제하다 헤어진 사이였다.

A 씨는 B 씨의 인스타 스토리에 자주 접속했다. B 씨의 인스타 스토리 기록에는 A 씨가 B 씨의 게시물을 약 2주간 9번 열람했다는 기록이 남았다. 열람 기록에는 A 씨의 얼굴 사진이 함께 남았다.

문제는 B 씨가 A 씨의 이러한 행위를 반기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B 씨는 지난해 6월 법원에 A 씨가 자신에게 일체의 접촉, 연락,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했다. A 씨는 신청서 부본을 송달받아 B 씨가 자신의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A 씨는 B 씨의 인스타 스토리에 접속해 자신의 얼굴 사진이 나타나게 했다는 이유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A 씨가 B 씨의 인스타스토리를 열람한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스토킹처벌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이 상대방 등에게 나타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A 씨의 행위를 스토킹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스타 스토리 게시물을 열람한다고 해서 곧바로 게시자에게 알림이 가는 것이 아니고, 게시자가 인스타 스토리 설정 메뉴에 들어가 누가 자기 게시물을 열람했는지를 적극적으로 확인해야만 열람자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 김보라 판사는 지난달 12일 스토킹처벌법위반으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스타그램을 통하여 피해자가 올린 게시물에 댓글을 작성하거나 '좋아요' 표시를 하거나 다이렉트 메시지를 발송한 사실이 없다"며 "피고인이 피해자가 인스타 스토리 게시물의 열람 이력을 확인할 것을 예상하고 인스타 스토리 게시물을 봤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스토킹범죄 피해자의 보호, 건강한 사회질서 확립이라는 스토킹처벌법의 입법목적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스타 스토리 게시물을 열람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열람 이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이것이 피해자에게 글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형벌 법규의 문언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스타 스토리를 열람한 행위를 스토킹 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