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용품 그만!'…무료 사물함 사유화에 박물관 '몸살'

관람객 위한 편의시설…"공공질서 인식·유료화 필요"

국립고궁박물관 물품보관소에 붙은 안내문이 붙은 모습. 2026.9.9 ⓒ 뉴스1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서울 광화문 일대를 달리는 일부 러너들이 인근 박물관의 무료 물품보관소에 물건을 맡기면서 정작 전시실을 찾은 관람객은 보관소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전문가는 시민의식 제고와 더불어 문제가 지속될 경우 유료화 등의 방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0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국립고궁박물관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지를 통해 "외부 운동(러닝) 및 개인 용무를 위한 장시간 짐 보관으로 정작 전시실을 찾은 관람객분들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물품보관소는 관람객의 짐 보관을 위한 공간이다. 러닝용품 보관은 삼가 달라"고 알렸다.

이는 최근 박물관이 위치한 경복궁 일대를 달리는, 이른바 '고궁러닝', '댕댕런' 러닝 코스가 '러닝 성지'로 주목받은 여파다.

러너들이 짐을 보관할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궁박물관에서 도보 약 15분 거리인 광화문역에는 지난해 10월 개관한 광화문 러너지원공간이 있다. 이 장소는 인기 러닝코스를 달릴 경우 거쳐 가는 지점이다.

러너지원공간 물품보관소의 기본 이용 요금은 중형 크기 기준 주중 4시간 2200원, 주말 3100원 수준으로 한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500~600원꼴이다.

그럼에도 고궁박물관의 사물함에 이용객이 많았던 것은 사물함이 무료이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고궁박물관은 관람객의 편의와 쾌적한 관람을 위해 무료 사물함 78개를 제공하고 있다.

한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여름엔 무더운 날씨로 러닝을 덜 뛰다 보니 최근엔 상황이 덜 하다"면서도 "날이 더워지기 전엔 (필요한 관객이 정작 이용을 못 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박물관 관계자는 "공지는 서로 간에 조금 에티켓 지켜가면서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며 "주말 같은 경우엔 (물품보관소가) 마비가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박물관이 (이용에 관해) 강제할 수는 없다"며 "러너 분들도 어떻게 보면 관람객이라 할 수도 있어 완벽히 통제하진 않는다"고 했다.

유사한 문제를 겪은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사물함 유료화를 통해 문제를 해소했다. 공원에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사물함을 일부 시민이 사유화하거나 장기간 짐을 방치하는 문제로 인해 '필요한 시민이 사물함을 이용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조치해달라'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던 상황이다.

유료화됐어도 비용 부담은 크지 않다. 이용 요금은 중형 사물함 기준 3시간 1100원, 시간당 요금은 약 366원 수준이다. 장기 점거, 사유화 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원 관계자는 "기존 사물함이 오래되기도 했고 사유화 문제도 있었다"며 "(사물함 이용객이) 사용하던 물건을 함부로 치우는 것이 쉽지 않아 운영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원 관계자는 "사물함이 고장 나거나 이용하는 사람만 쓰는 상황이었다"며 "무료로 사물함을 쓰는 곳들은 대부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의식에 대한 호소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가 지속될 경우 유료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한국 사람들의 준법의식, 공공질서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기에 협조를 먼저 요청하되 장기 사유화하는 등 몰상식한 경우엔 제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간의 이용료를 내고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며 "박물관 이용객을 대상으로는 무료 사물함을 유지하되 운동하러 와서 물건을 놓는 등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경우 돈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k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