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비위 통제' 마련했는데…'경찰 수사 상징' 전 국수본부장 기소 악재
장윤기·제주 실종사건 등 수사 논란 때마다 내부 검증·통제 강화
지휘부 책임 인정 시 보완수사권 논의 재점화 가능성도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와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등 잇단 수사 논란을 개인 비위 차원에서 수습해 오던 경찰이 전 국가수사본부장 기소라는 돌발 변수에 직면했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 출신 인사가 범죄 혐의로 재판받는 것은 경찰 수사의 상징성을 뿌리째 뒤흔드는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 한 달 뒤 검찰의 직접 수사와 보완 수사가 폐지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시행되므로, 향후 재판 경과에 따라 경찰의 수사 역량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지난 2일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와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과 당시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 등 지휘를 불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의 혐의는 모두 경찰의 장윤기 사건 수사와 관련돼 있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성범죄를 하려던 고교생을 살해했고, 비명을 듣고 달려온 다른 고교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이틀 전에는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외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스토킹·강간 범죄를 저질렀다.
장윤기의 이 같은 범행 경과가 대외적으로 알려질 경우 '스토킹·강간 사건 범죄자가 살인에 이르는 과정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비판이 경찰에 쏟아질 수 있던 상황이다.
박 본부장은 이를 우려해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지 않고 분리해 형사과(살인)와 여성청소년과(스토킹·강간)가 각각 수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내부에선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단순한 일선 수사관의 부실 수사가 아니라 사건 당시 국수본부장이었던 박 전 본부장의 지휘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청 차장과 서울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6명의 보직자와 함께 경찰 서열 두 번째 계급인 치안정감으로 분류되지만 위상과 권한, 상징성에 있어 서열 1위 경찰청장에 버금간다는 평을 받는다.
검찰의 공소사실대로라면 일선 수사팀의 수사 판단보다 박 전 본부장 등 상급 수사 지휘부의 판단이 이번 사건 처리 방향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가 된다. 경찰로서는 사안을 단순한 '개인 비위'로만 설명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앞서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비위가 잇따르자 부실수사에 대해 사과하고 비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우선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를 도입하고, 경찰관 연고지 유착을 막기 위해 순환인사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내부 비리를 자진 신고하면 징계를 감면하고 신고 포상금을 확대하는 등 자정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수사 비위와 부패행위에 대한 첩보 수집과 수사를 전담하는 중요직무범죄수사대(내부비리수사대)는 국가수사본부장 직속으로 신설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이 상급 지휘부의 관리·감독 책임보다는 일선 경찰관의 비위나 일탈을 막는 데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측은 순환 근무제 확대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한마디에 13만 경찰관의 삶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수사 권한을 지닌 고위직일수록 짧은 기간에 향찰로 전락할 우려가 큰 만큼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상급자에 대한 통제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경찰은 수사를 총지휘하던 국수본부장이 기소되면서 수사 과정에서의 지휘·감독 책임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다.
오는 10월부터 형사사법 체계가 크게 바뀌는 시점과 기소가 맞물린 것도 경찰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와 직접 보완 수사가 축소·폐지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되는 상황에서 수사 지휘부의 수사 관여가 확인된다면, 보완 수사권 부활 논의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박 전 본부장은 현재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입장이다.
박 전 본부장은 검찰의 기소 발표 직후 "국가수사본부가 경찰조직의 부실 대응을 은폐하고 여론의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분리 수사를 지시해 필요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게 했다는 식의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한 논리 구성은 결코 인정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해당 사건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기능별로 철저히 수사할 것, 사건의 성격상 보안을 유지할 것 등 지극히 정상적이고 통상적인 업무지시를 했을 뿐"이라며 "향후 진행될 재판 절차에서 거짓 없이 성실히 임하는 동시에 광주지검의 무리한 기소였다는 점을 당당히 밝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세 번째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종철 경찰청 차장은 취임 첫날부터 경찰 조직을 기본부터 다시 세우겠다며 강도 높은 쇄신을 예고했다.
김 대행은 현 국수본부장과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이 참석한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개별 경찰관의 잘못만을 탓하고 끝내지도 않겠다"며 "어떻게 현장에서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왜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하나하나 원인을 철저히 확인하고 바로잡겠다"고 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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