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축제 앞둔 여의도 주민들 '초긴장'…"친정 피신" "우리도 즐겨"

방문차량 막고 옥상 폐쇄…아파트마다 외부인 통제 '경계 태세'
"집에 꼼짝없이 갇히는 날"…"즐기는 분 많으니 하루는 감수"

서울세계불꽃축제를 하루 앞둔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옆에 외부인 출입 통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6.9.4. ⓒ 뉴스1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전지아 수습기자

"불꽃축제 소음이랑 진동 때문에 두 아이 데리고 지방으로 피신 가려고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하루 앞둔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인근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최 모 씨(37)는 이날 저녁 24개월·4개월 된 두 아이를 데리고 지방에 있는 친정으로 떠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씨는 "아파트에서 진동이 쾅쾅 느껴진다고 하더라. 24개월 아기는 불꽃놀이를 눈으로 보면서 그나마 덜 무서워할 수 있지만 4개월 된 아기는 소리와 진동만 느껴야 하니 너무 놀랄 것 같다"고 걱정했다.

불꽃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 주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약속과 일정을 전부 취소했다" "아주 시끄러워 우린 피해자"라고 호소했지만 일부 주민은 "일 년에 하루 정도 시민들이 즐기는 행사인데 감수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강 조망 아파트로 알려진 곳에 거주하는 윤 모 씨(30대)는 "내일은 아침부터 사람이 엄청나게 몰리고 차량도 통제돼 나가지도, 들어오기도 힘들어 약속과 일정을 전부 취소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지난해 축제 당일 편의점에 갔는데 평소보다 물을 몇백 원 비싸게 팔아 이유를 물으니 불꽃놀이 때문이라고 했다"며 "방문객들이 음식물이나 쓰레기를 아파트 난간 등에 두고 가기도 한다. 평소에도 있는 일이지만 불꽃놀이 때는 이런 불편이 배가 된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30년째 거주한 70대 정 모 씨도 불꽃축제 얘기가 나오자 "아주 시끄러워 죽겠다"며 "한 시간씩 크게 터지니 우리는 피해자"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2026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이틀 앞둔 3일 여의도 한강공원에 돗자리가 깔려 있다. 2026.9.3 ⓒ 뉴스1 최지환 기자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축제를 앞두고 여의도 일대 아파트들도 외부인과 차량 유입을 막기 위한 대비에 들어갔다. 대부분 단지가 축제 당일 방문 차량 진입을 제한하고, 일부는 옥상 출입문과 쪽문까지 폐쇄하는 등 통제를 강화했다. 곳곳에는 '외부인 출입 금지' 안내문도 붙었다.

한 아파트는 "복도에 창문이 없고 경계 담장이 낮아 추락 사고 우려가 크다"며 가족이나 친지를 빙자한 외부인의 출입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공지했다.

주민들은 축제가 열리는 하루만큼은 평소 생활을 포기하다시피 한다고 전했다. 도로 통제와 대규모 인파로 차량 이동이 어려워 아예 외출을 포기하거나 차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노후 아파트에서는 외부 차량 유입에 대한 우려도 컸다.

한 아파트 주민 김지인 씨(40)는 전날(3일)까지 가족과 외박 여부를 고민했다며 "불꽃놀이를 굳이 보지 않아도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하고 외출도 쉽지 않다. 진짜 말 그대로 섬"이라고 표현했다.

아파트 경비원들도 '경비 태세'에 돌입했다. 한 아파트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는 경비반장 홍 모 씨(72)는 "오늘 밤부터 경비 태세에 들어가고 내일은 하루 종일 경계할 예정"이라며 "우리 아파트 안에서 사고만 안 나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매년 반복되는 행사인 만큼 하루 정도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는 주민도 일부 있었다. 집에서 불꽃축제를 가까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불꽃축제 명당'으로 유명한 아파트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60대 전 모 씨는 "매년 이러니 익숙해졌다. 솔직히 1년에 하루인데 큰 행사이고 즐기는 분들도 있으니까 주민들이 조금 불편해도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아파트에서 10년째 거주한 40대 최 모 씨도 "우리는 여기 사니까 불꽃축제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긴 하다"며 "경찰이 잘 통제해주고 축제가 끝나면 한화 측에서 쓰레기도 수거해 가서 크게 불편한 건 없다"고 말했다.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26'은 5일 여의도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리며 본격적인 불꽃쇼는 오후 8시부터 시작된다.

행사 당일 주변 도로가 통제되고 지하철 운행도 조정된다. 행사장과 가까운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무정차 통과할 예정이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