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못 믿는데 '실종지도'까지 등장…"제주 '한달 살기' 취소 고민"

"무슨 일 생겨도 도움 못 받아"…경찰 불신에 여행도 취소
"예약도 취소" 제주 자영업자들 노심초사…"선량한 도민만 피해"

누리꾼이 제작한 제주도 실종지도 (X 갈무리)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안소연 수습기자

"2022년부터 매년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해왔는데, 올해는 실종자들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들이 계속 알려지니까 꺼려지네요."

매년 남편, 반려견들과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해온 50대 한영아 씨는 최근 제주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을 접하고 여행 취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 씨는 "장 모 씨 사건 외에도 또 다른 실종 사건이 허위 종결된 사실까지 접하니 단순히 하나의 사건으로만 받아들이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한 씨에게 행복한 기억만 남겨준 제주였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예전처럼 아무 걱정 없이 방문하긴 힘들어졌다. 한 씨는 "제주 곳곳을 이동하면서 지내는 편이라 사람이 없는 외진 곳에 가는 경우도 있는데,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2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의 여파가 커지면서 제주 여행을 취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에선 실종자들이 발견된 지역을 표시한 '실종지도'까지 공유되면서 시민들의 공포감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엑스(X)·스레드 등 SNS에는 제주 여행을 취소하려고 한다는 글이 다수 게시되고 있다.

'지금 제주도가 무서운 곳으로 바뀌고 있다. 10월에 놀러 가려 했는데 가지 말까' '정말 아름다운 섬인데 최근 들리는 사건이 너무 무섭다. 혼자 여행 한 번 도전해 볼까 생각했는데 가지 말라는 건가 보다' 등의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이들은 실종사건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경찰이 해결해 주지 않을 것'이란 수사 기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9월로 예정했던 제주 여행을 취소한 김주영 씨(35·남)는 "제주가 위험하다는 생각보다도, 경찰이 아무 대응도 안 해줄 거란 생각 때문에 여행을 취소하게 됐다"며 "한 명의 잘못으로 제주 경찰을 매도하면 안 되지만 한 명의 시민으로서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 모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2026.8.26 ⓒ 뉴스1 안은나 기자

관광객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제주 현지의 식당·카페 자영업자, 숙박업 종사자들은 애꿎은 피해를 입을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 사건이 알려진 지 초기인 만큼 직접적인 매출 감소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사건의 파장이 큰 만큼 제주의 이미지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털어놨다.

제주 구좌읍에서 독채 숙소를 운영하는 이 모 씨는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이 알려진 후) 숙박 예약과 동시에 취소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좋지 않은 사건 소식으로 인해 마음이 아픈데, 8월 끝자락부터 예약률이 낮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정 국가의 외국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거나, 경찰이 범죄 조직과 연루됐다는 등 근거 없는 음모론들은 시민들의 불안을 더욱 자극시키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제주도 실종자 발견 위치 지도' '실종의 섬, 제주도. 최근 주요 실종 사건 위치도'란 제목의 게시물들도 온라인에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실종자 발견 위치를 제주도 지도 위에 표시한 이미지가 첨부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제기되는 경찰의 미비점은 해결할 필요가 있지만, 제주를 죽음·범죄와 연관 지어 공포화하는 것은 오히려 억울한 피해자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주도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데에는 경찰의 책임이 크지만, 이와는 별개로 제주도의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과도하게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공포감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게시글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종지도 같은 방법으로 제주를 죽음의 공간으로 이미지화할수록, 공포와 불안이 시민들 사이에서 증폭된다"며 "고립된 섬 지역인 제주도에 대해 '위험하다'는 이미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럴수록 시민들이 제주도에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