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으로 더는 죽지 않게"…8년 만에 다시 광화문 모인 간호사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신규 간호사 보호 촉구
"태움으로 죽어가는 의료현장…재발 방지책 마련하라"
-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간호사들이 22일 서울 도심에 모여 선배 간호사의 폭언·모욕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뜻하는 이른바 '태움'으로 숨진 동료들을 추모하고, 안전한 간호환경 마련을 촉구했다.
간호사 단체 '간호사의 목소리'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태움 사망 간호사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간호사와 시민 등 참가자 30여 명은 고인을 위한 묵념을 한 뒤 '간호사도 사람이다', '살아서 출근하고 살아서 퇴근하자' 등의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다 2018년 숨진 고(故) 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며, 태움을 개인 간 갈등이 아닌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위계적 조직문화가 얽힌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간호사 사망 뒤 같은 해 3월 간호사와 간호학생 약 300명이 광화문에 모여 태움 근절을 촉구한 지 8년 만이다.
서울의료원과 동부제일병원에서 근무하며 태움 피해를 고발하고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했던 황은영 간호사는 "또 다른 간호사들이 죽음을 선택할까 봐 두려워 다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황 간호사는 충분한 교육 없이 많은 환자를 맡는 신규 간호사의 현실을 짚으며 "간호사는 더는 자신을 죽이며 환자를 살릴 수 없다"고 했다.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다 최근 태움 피해를 고발한 김서영 간호사는 "태움은 간호사 문화나 여초 군기 문화가 아니라 서로 죽어가고 있는 의료현장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 간호사는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위계적 조직문화가 뒤엉킨 구조적 폭력"이라며 "병원은 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구제 시스템은 여전히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태움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발생한 간호사 사망을 개인적 사건으로 치부하지 말라"며 "사망 원인과 조직문화, 노동조건, 인력 구조를 종합 조사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를 위한 간호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피해 회복 지원 제도 마련, 신규 간호사 교육환경 개선과 신고자 보호 등을 요구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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