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서울 한복판서 '주렁주렁'…올해는 꽃도 안 핀 바나나, 왜?

전문가 "바나나는 해거리 아냐"…흡아 경쟁 영향
일정기간 누적온도 중요…올해 6월 작년보다 낮아

20일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에 심어진 바나나. 지난해에는 7월 말 열매가 맺혔지만 올해는 8월 하순까지 꽃대가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2026.8.20/뉴스1 ⓒ News1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년 연속 서울 도심 노지에서 열려 화제가 됐던 바나나가 올해는 8월 하순이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처럼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린 모습을 기대하고 농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꽃대조차 올라오지 않은 모습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올해도 극한 더위가 이어졌지만 열매가 맺히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일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 지난해 7월 말 이곳에서는 노지에서 자란 바나나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당시 널따란 잎 아래로 세 송이의 바나나가 열렸고, 수십 개의 바나나가 한 뼘 크기까지 자랐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지난해보다 20여 일 늦은 이날까지도 바나나 사이에서 꽃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밑동 주변에는 어미 줄기에서 새로 돋아나 다음 세대 줄기로 자라는 '흡아'(새순) 여러 개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다.

농장을 운영하는 마명선 씨는 "벌써 꽃대가 올라와야 하는데 아직도 안 올라왔다"며 "올해는 아마 바나나가 열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 씨는 당초 지난해 결실한 뒤 올해는 쉬어가는 이른바 '해거리' 영향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바나나는 '해거리' 식물이 아니다.

제주도농업기술원 과수연구과 관계자는 "바나나는 나무처럼 보이지만 식물학적으로는 초본(풀)으로, 한 번 결실한 줄기는 베어내고 이 흡아를 키워 다음 재배를 이어간다"며 "일반 과수처럼 지난해 많이 열렸기 때문에 올해 열리지 않는 식의 해거리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30일 오전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 텃밭에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2025.07.30/뉴스1 ⓒ 뉴스1 권준언 기자

올해 꽃대가 올라오지 않은 데에는 여러 흡아가 동시에 자란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옆에 흡아들이 너무 많아 서로 양분 경쟁을 하고 있다"며 "원래는 하나만 키워야 본줄기가 크게 자랄 수 있다"며 "바나나는 충분히 잎을 내고 줄기와 키를 키우는 영양생장을 거쳐야 개화할 수 있는데 높이와 줄기 굵기, 잎 수 등을 보면 아직 열매를 달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보인다"고 했다.

온도 역시 개화 시기를 좌우하는 요인이다. 다만 단순히 무더운 여름이 이어졌다고 해서 바나나가 열리는 것이 아니다.

바나나는 번식 방식과 온도에 따라 생육기간이 달라지며 일정 기간 온도가 누적되는 '적산온도'가 충분히 쌓여야 꽃을 피울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전국 평균기온은 22.9도로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반면 올해 6월 평균기온은 22.2도로 지난해보다 0.7도 낮았고, 5~12일과 20~26일에는 상층 찬 공기가 유입되며 기온이 평년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 관계자는 "생육 과정에서 온도가 쌓이다가 개화하려는 시점에 기온이 내려가는 등 조건이 맞지 않으면 꽃이 피지 않을 수도 있다"며 "봄부터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개화 시기까지 온도가 받쳐주면 결실할 수 있지만 그 조건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개체를 크게 잘 키운 상황에서 적산온도 조건까지 맞았다면 올해도 개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농장을 찾는 시민들도 지난해 열렸던 바나나를 기억하며 올해 열매가 보이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다.

마 씨는 "어린이들이나 텃밭 회원들도 올해는 왜 바나나가 안 열리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며 "내년에는 다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내비쳤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