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위협 수준' 극한 폭염에 줄폐사…횟집 사장 "남는 게 없다" 비명

여름 양식어류 잠정 20만마리 폐사…"양식 단가 ㎏당 7000원 올라"
"단가 올라 판매가 인상하면 손님 안 찾아"…딜레마 빠진 소상공인

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내부 모습.2026.08.05.ⓒ 뉴스1 안소연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안소연 수습기자 = 수도권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지 이틀째인 5일 오전 11시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내부는 손님이 없어 더욱 넓게 느껴졌다. 남4문 입구로부터 상가 50여 곳이 줄지어 선 복도는 한산했고, 진열대 앞에 나와 앉은 상인들끼리 대화하는 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이곳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윤주선 씨(40·남)는 "요즘 양식장 폐사로 납품 단가가 올랐는데, 가뜩이나 없는 손님이 더 줄까 봐 가격도 못 올리고 난감하다"며 애꿎은 진열대만 정리했다.

극한 더위가 전국적으로 이어지면서 최근 양식 어류와 가축 등의 폐사가 속출하고 있다. 도·소매시장으로 납품되는 물량이 줄고 단가가 오르자 손님 발길이 끊길까 봐 근심하는 시장 상인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넙치·숭어 줄 폐사…"비수기에 단가 오르니 남는 게 없다"

이날 뉴스1이 수산시장에서 만난 상인 대부분은 양식장 폐사로 납품 단가가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윤 씨는 "올여름 양식장에서나 운송 과정에서 생선들이 폐사하면서 단가가 1㎏당 5000원 수준으로 올랐다"며 "그렇다고 판매가를 인상하면 손님이 더 안 오니 가격은 올리지 않았는데, 남는 게 없어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윤 씨는 강원 태백과 일본에서 양식어류를 납품받는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번 여름 폐사한 양식어류는 총 20만 683마리로 잠정 집계됐다. 5월 15일부터 8월 3일까지 접수된 신고에 따르면 △제주 넙치 5만 1253마리(10어가) △전남 넙치 11만 7242마리(10어가) △경남 숭어 3만 2188마리(13어가)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4.9% 늘어난 수치다.

3일 기준 고수온에 따른 전국 양식장의 잠정 피해액은 7억 6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만 40년가량 영업 중이라는 한 상인은 "여름이 보통 비수기인데도 이번 양식어 폐사가 많다 보니 양식 단가만 1㎏당 7000~8000원 정도 올랐다"며 "특히 국내산으로 들여오는 광어 값이 많이 올랐는데 판매가는 아직 올리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앞서 해수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를 기해 고수온 재난 예·경보 '심각Ⅰ' 단계를 발령했다. 서·남해 내만 등 6개 해역 수온이 28도에 도달해 3일 이상 지속되자 국립수산과학원이 같은 날 오후 4시부로 고수온 경보를 내린 데 따른 조치다. 심각Ⅰ은 고수온 위기 경보 5단계 중 4단계에 해당한다.

5일 서울 광진구의 한 정육점이 지난 1월과 7월 납품 받은 국내산 돼지고기 단가가 담긴 거래명세표. 지난달 30일 납품 받은 국내산 삼겹살 단가는 1㎏당 2만 2500원으로 1월 말(1만 8500원) 대비 21.6% 올랐다. 2026.08.05.ⓒ 뉴스1 신은빈 기자
축산업도 덮친 '극한 더위'…가격은 오르는데 품질은 떨어져

축산업계 역시 극한 폭염에 시름하고 있다. 수산업과 마찬가지로 여름은 통상 비수기라 단가 인상이 드문 일이지만, 전국적으로 폐사가 이어지면서 축산물의 납품 단가도 일부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5월 15일부터 이달 3일까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약 49만 3497마리로 잠정 집계됐다. 돼지가 3만 3759마리, 가금류는 45만 9738마리다.

서울 광진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임 모 씨(39·남)는 "소와 돼지 모두 많이 폐사해서 단가가 연초 대비 10~20% 정도 인상됐다"며 "그나마 저는 직접 (도축) 작업도 하지만 도매시장에서 물량을 받는 곳은 여기에 5000~6000원을 더 얹어 값을 치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씨가 지난달 30일 납품받은 국내산 삼겹살 단가는 1㎏당 2만 2500원으로 1월 말(1만 8500원) 대비 21.6% 올랐다.

그는 "물량이 줄어서 그런지 품질도 전보다 못하다. 평소 같으면 1등급을 못 매길 상품도 남은 물량 중에 꼽다 보니 1등급을 매기곤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수부는 5일 황종우 장관 주재로 고수온 비상대책본부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고수온에 따른 어업 재해 대응을 논의했다. 황 장관은 액화산소 공급 장치와 차광막 등 고수온 대응 장비의 총력 가동과 고수온 취약 품종의 조기 출하 등을 당부했다.

농식품부도 4일 폭염 대응 추진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폭염 장기화에 대비해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일 기준 지방정부와 농축협은 축산농가 576곳에 긴급 살수·급수 등을 지원했다.

be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