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사고' 용어 변경, 尹도 찬성"…중대본 회의록서 첫 공개

특조위, 1차 회의록 입수…이상민 "희생자→사망자 표현해야"
윤석열 "참사·희생자 표현 적절하냐" 지적했단 참고인 진술도

유재형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2과장, 박용덕 조사2과 팀장이 참사 직후 중대본 1차 회의록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2026.7.28 ⓒ 뉴스1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할 것을 지시했던 것이 회의록을 통해 확인됐다. 이태원참사와 관련해 중대본이 용어 변경을 지시했단 게 공식 문서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어 변경을 지시한 이유에 대해 이 전 장관이 "나중에 국가의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윤 전 대통령이 용어 변경에 찬성했단 참고인 진술도 확보됐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28일 제63차 위원회 회의를 열고 참사 당시 용어 변경에 대한 행안부 실지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특조위는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정부세종청사에서 행안부를 대상으로 실지조사를 실시했다. 특조위는 당시 업무 담당자 7명이 사용한 PC와 전자결재·메모 보고 자료 36건을 확보했다.

특조위가 확보한 제1차 회의록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참사 직후인 2022년 10월 30일 오전 10시 윤 전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 회의에서 "가해자가 없는 이번 사고의 특성을 고려해 피해자·희생자 등을 사고 사망자·사상자로 표현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김의승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사고 원인이 조사 중인 점을 감안해 원인이 확실히 밝혀질 때까지 사고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변경 건의함"이라고 발언했단 내용도 같은 회의록에 담겼다.

특조위는 용어 변경이 지시된 이유가 국가의 책임 회피를 위해서라는 참고인 진술도 확보하기도 했다. 당시 중대본 회의에서 이 전 장관이 "참사나 희생자·피해자 용어를 쓰는 것은 나중에 국가의 책임이 문제 될 수 있어 사고, 사망자·사상자로 용어를 변경·통일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했다는 것이 복수 참고인들의 진술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핼러윈 압사사고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이광호 기자

특조위는 참사 발생 12시간도 안 된 초기 시점의 중대본 회의에서 '용어 변경'이 주요 의제로 등장한 것은 비상식적이고 회의록을 공문서로 올리지 않은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이 "참사나 희생자 표현이 적절하냐. 법적 용어를 쓰는 것이 맞다"라는 견해를 밝히며 해당 중대본 회의의 용어 변경 문제를 최종적으로 갈무리했다는 참고인 진술도 특조위에 확보됐다.

특조위에 따르면 2022년 10월 30일 오전 10시 중대본 1차 회의가 시작됐지만 윤 전 대통령이 회의에 도착한 것은 10시 25분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하기 전 이 전 장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용어 변경과 관련해 20여분간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한 전 총리는 이 전 장관의 용어 변경 제안에 대해 "좋은 의견"이라고 호응했다.

윤 전 대통령이 도착한 뒤 한 전 총리가 용어 변경에 대한 논의 사항을 전달했고 윤 전 대통령이 용어 변경을 찬성하며 회의를 마무리했다는 것이 복수의 참고인들이 특조위에서 공통적으로 진술한 내용이다. 회의는 용어 변경에 대한 의견만 나눈 후 오전 10시 40분에 종료됐다.

용어 변경 결정 사항은 중대본 1차 회의 당일 중앙부처에 즉시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당일 오후 4시부터 이뤄진 시도 부단체장 화상회의에서 중대본 결정 사항이 공유됐다.

특조위는 대통령·국무총리 등 발언의 내용, 실제 회의 진행과 회의록 기재 내용의 차이 등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행안부가 지난해 10월 특조위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을 때도 해당 회의록을 제출하지 않았던 부분 등에 대해서도 어떻게 조치할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