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명운'을 건 경찰 쇄신, 시작은 언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오른쪽)과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마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6.7.16 ⓒ 뉴스1 오대일 기자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오른쪽)과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마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6.7.16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지금 경찰을 향한 질문은 하나다. "정말 달라질 생각이 있는가."

최근 불거진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 논란은 국민적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연일 여론의 매서운 매질이 이어지고, 정치권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경찰은 "경찰의 명운을 걸겠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쇄신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경찰 수사 신뢰 제고를 위한 쇄신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발표했다. 그러나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쇄신TF는 출범조차 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9일 TF 구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미국 출장 중 조기 귀국해 TF를 신속히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16일 행정안전부와의 공동 발표에서도,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도 같은 약속을 반복했다. 그러나 의지만 세 차례 확인됐을 뿐, 정작 TF는 열흘이 넘도록 위원장은 물론 위원 등 구체적인 구성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출범이 늦어지는 것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TF의 규모다. 유 대행은 TF를 7~10명 규모로 꾸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대적인 쇄신안 발표치고는 다소 초라한 규모다. 과반을 외부 위원으로 구성하더라도 외부 인사는 위원장을 포함해 네다섯 명 수준에 그친다.

TF의 목표인 전국 경찰 조직의 수사 시스템 점검과 개선 방안 마련에는 턱없는 규모로 보인다. 내부 비위가 조직 전체의 위기로 확산한 상황에서, 정말 이 정도의 규모로 13만 경찰 조직 전체의 수사 쇄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물론 TF의 성패는 인원수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소수의 전문가가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낸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경찰이 이번 TF에 부여한 의미를 고려하면, 경찰은 그에 걸맞은 구성과 권한, 속도를 보여줘야 한다.

더 우려되는 것은 TF가 또 다른 위원회나 협의체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는 경우다. TF 아래 또 '위원회'가 생기고, '추진단'이 생기는 식이라면 책임은 분산되고 실행력은 희미해진다. 이런 기구들이 종국에는 '자문기구'가 된 후 누구의 책임도 없이 서서히 사라지는 경우를 우리는 그간 많이 목격해 왔다.

장윤기 사건이라는 대형 악재 앞에서 경찰이 고작 '책임을 나누기 위한 조직'을 만든 것이라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는커녕 남아 있는 기대마저 잃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경찰이 국민에게 보여준 것은 쇄신의 '의지'뿐이다. 그러나 국민이 경찰에게 보고 싶은 것은 거듭되는 사과와 의지 표명이 아니다. 스스로를 제대로 돌아보고 잘못을 바로잡고, 그 결과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TF를 신속히 구성하고, 외부의 의견을 듣고 실제로 반영하며, 필요한 경우 권한도 부여해야 한다.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내부비리수사대를 신설했다면, 그 또한 '유명무실'한 조직이 되지 않도록 확실한 성과를 보여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을 향한 국민의 거센 비판 속 이면에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경찰을 믿게 해달라'는 마음이다. 이런 국민의 요구에 경찰은 더 큰 약속이 아니라, 납득할 만한 변화와 책임 있는 실행으로 답해야 한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