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는 값비싼 금·실버 대신 '이 반지' 낀다…BTS도 착용
가격 부담 덜고 레트로 감성 담아…'옥반지'에 몰리는 MZ
둘레·빛깔·굵기 고르느라 삼매경…'레트로 소비의 구체화'
- 유채연 기자, 윤지오 수습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윤지오 수습기자
"전혀 관심 없었는데 예뻐 보여요.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 전통적인 느낌도 들고요."
9일 오후 3시쯤 비가 내리는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의 한 옥 전문 매장. 30대 여성 김 모 씨는 여러 색의 옥반지를 한 손가락에 겹쳐 착용하고 불빛에 신중히 비춰보고 있었다. 김 씨는 "릴스 보고 (가게를) 알았다"며 "빛이 옥을 살짝 통과하는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종로구 귀금속 거리 일대는 예년 대비 금값이 많이 오르고 비도 강하게 내려 다소 한적했다. 그런 가운데도 몇몇 '옥 전문 매장'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옥 반지는 이른바 '할머니 반지'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2030세대의 레트로 유행과 맞물려 인기를 얻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도 '종로 옥반지 코스', '옥팔찌 탐방코스'와 같이 옥반지 매장을 소개하는 게시글이 5000건 이상 게시될 정도다.
한 옥 전문 매장 진열창에는 외국인 여행객과 행인 너덧 명이 옥반지를 진열창을 구경하고 있었다. 또 다른 옥반지 판매점에서는 20~30대 여성 네 팀이 '너무 예뻐' 감탄사를 연발하며 여러 반지를 꺼내 구경하고 있었다.
이날(9일) 1시간가량 옥반지를 고른 대학생 두 명은 "둘레나 굵기도 미세하게 달라서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확인해 가며 골라야 제 마음에 쏙 드는 걸 고를 수 있다"며 "색감과 굵기의 지옥에 빠졌다"고 감탄했다.
인천에서 친구와 함께 옥반지를 보러 왔다는 20대 대학생 여성은 "1주일 전 릴스를 보고 (옥 매장을) 알게 됐다"며 "왜 그렇게 옛날에 옥 때문에 싸운 건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에 전시된 10만 원짜리 옥팔찌들을 가리키며 "돈이 없어서 눈물이 나올 정도"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난 3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한 멤버가 옥반지를 착용한 후에는 외국인의 관심도 크게 늘었다. 15주년 결혼 기념 여행으로 한국에 왔다는 40대 싱가포르인 부부는 "SNS를 보고 옥반지를 갖고 싶어져서 구글링을 하다가 BTS가 한 것을 봤다"며 "SNS에서 유명하다고 접해서 여기 오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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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옥 가게를 운영 중이라는 A 씨는 "지난해 대비 배로 매출이 늘었다. 완전 유행을 체감한다"며 "전부 20, 30대 젊은 사람들이고 외국인도 절반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옥이 핫트렌드가 되어버렸고 금이 너무 비싸서 어느 순간 (유행이) 확 퍼졌다"고 말했다.
기존의 금·은 장신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인 점도 유행에 한몫했다. A 씨의 옥 매장 운영을 총괄하는 이진욱 씨는 "하루 많으면 100~200명이 온다"며 "종로에서 금 커플링을 하면 싸게 해도 70만~80만 원이라 너무 비싸고 실버는 너무 흔하다 보니, 새로운 걸 하고 싶은 분들이 요즘 커플링을 옥으로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아들과 함께 종로를 찾은 김 모 씨(55·여)는 "액세서리를 다 금으로 하면 부담스럽기도 하고 가격도 너무 비싸다"며 "금반지를 좋아했는데 최근에 금 가격 오르고 나서는 못 산다"고 손을 내저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추억을 따라 하거나 실제로 경험해 보는 구체화된 레트로 소비 형태가 보인다"며 "저렴하니 한번 (레트로 유행을) 따라 해보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혼합돼 옥을 구매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젊은 사람들 젊은 소비자 청년들이 부담 없이 좀 액세서리를 즐기고 싶어 하는 대안으로 옥이 등장하는 것 같다"며 "자기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어 '촌스러움의 재해석' 측면에서 옥을 선택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소비자들은 큰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만족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다"며 "옥은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소비 심리랑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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