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중수청 통보 범죄, 필요 최소화…불필요한 이첩은 사건 암장시켜"

"연간 58만건 통보해야 하는 상황…민생처리 지연 우려"
"특경법 재산범죄 5억원 이상만, 뇌물·마약은 특가법 대상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개청 준비단이 출범한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의 모습. 2026.4.30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정부가 입법예고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과 관련해 경찰이 행정안전부에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중수청에 통보해야 하는 사건 기준을 필요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수청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경찰청 검토의견'을 최근 행정안전부에 전달했다.

의견서에는 시행령안에 대한 경찰의 검토와 함께 중수청에 어떤 사건을 통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제시됐다. 시행령에 따라 경찰이 향후 연간 수십 만건에 달하는 사건을 중수청에 통보해야 하는 바, 민생사건 처리 지연 등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석기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서 진행한 정례브리핑을 통해 "약 58만 건(지난해 기준)이 통보 대상이라 양쪽(경찰·중수청) 다 부담이 된다"며 "보완책을 마련해 적정한 범위를 다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의견서에 따르면 경찰은 형법상 재산범죄는 특정경제범죄법 적용 대상만(5억원 이상), 형법상 뇌물죄와 마약류 관리법 위반의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 대상만 통보하게 해야 한다고 행안부에 제안했다.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또 경찰은 보이스피싱 사기 관련 범죄도 중수청 통보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개별 사건을 통보·이첩하기보단, 범정부 대응 체제에 중수청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 검토가 타당하다는 게 경찰의 생각이다.

이 밖에도 동일한 범죄사실이나 같은 피의자의 추가 범행도 통보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경찰은 요청했다. 경찰청은 "예를 들어 동일한 보이스피싱 범인의 피해자 1000명에 대한 사기 관련 여죄가 계속 발견되는 경우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통보를 1000번 하게 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전체 경찰의 통보 건수는 수백만 건에 달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중수청이 경찰청에 사건 이첩을 요청할 경우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고, 요청 기한을 5일 이내로 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경찰청은 "이첩 요청은 중수청장 재량"이라면서도 "(중수청장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외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이첩 요청의 판단 기준으로서 △사건의 중대성 △수사 기간 △공소시효 만료 임박 여부 등 5가지 판단 기준을 제안했다.

경찰청은 "이첩 요청의 취지는 수사가 기관간 중복된 상황을 해소하거나, 특정 중대 사건에 중수청 역량을 집중하는 데 있다"며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을 이첩 요청하면 시효 내에 기소되지 못해 사건 자체가 암장될 수도 있고, 수사가 지연됨에 따라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중수청은 오는 10월 출범한다.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군 수사기관, 특별사법경찰 등이 수사과정에서 중대범죄를 인지한 경우 중수청에 통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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