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증거인멸은 무죄?"…장윤기 부친 감찰에 '친족 특례' 논쟁 점화

형법상 친족 증거인멸은 처벌 제외…정성호 "폐지 검토"
전문가 "제도 취지는 동의…현직 경찰 책임은 별도로 져야"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6.5.14 ⓒ 뉴스1 김태성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이장호 권준언 기자 = 광주 길거리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의 부친이 현직 경찰관 신분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형사 입건이 아닌 경찰청 감찰 대상에 오른 배경에는 형법상 '친족 특례' 규정이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친족 특례 조항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공론화에 불을 지핀 상황이다.

그러나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친족 특례 조항을 당장 손보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현직 경찰관'이 개입된 경우에는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보였다.

경찰청은 3일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 과정의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와 장윤기 부친의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감찰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

경찰은 장윤기의 친부인 장 모 경감이 아들의 주거지에 있던 리얼돌과 휴대전화 등 물품을 폐기 처분한 이유 등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형법 제155조 제1항은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다만 같은 조 4항은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범인을 위해 증거를 인멸하면 처벌하지 않도록 하 내용의 친족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가족의 범죄를 숨겨주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 따른 행위이고, 이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비인륜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버지인 경찰관이 수사를 못하게 방해했다든지 직접 수사를 했다든지 직접적으로 개입됐다면 문제이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경찰관이기 이전에 아버지이기 때문에 처벌은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 현직 검사도 "친족 특례 조항이 수사를 할 때 당연히 불편한 조항이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법률가로서 보면 가족이라면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행동들이라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친족 사이에 일어난 재산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친족상도례'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정 장관도 이 사례를 언급했지만, 전문가들은 친족상도례를 이번 사건과 동일 선상에서 논의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 교수는 "친족상도례는 친족 중 한명이 피해자고 한명은 가해자인 경우의 문제"라며 "아들이 범죄를 저질렀는데 아버지 입장에서 증거를 인멸한 이번 사건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현직 검사도 "친족상도례는 공범이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라 지금 사건과는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친족 특례 규정에도 불구하고 현직 경찰관이라는 신분은 일반 친족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규정은 수사기관은 힘이 세고 그에 비해 피의자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고려된 것"이라며 "증거를 인멸한 사람이 수사기관이라면 말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수사기관이 증거인멸을 해준 것과 같은 측면이 있어 비난 가능성이 있다"며 "형법은 아니더라도 공직자로서 수사를 방해한 점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일반적인 경우는 처벌이 어렵지만 당사자가 공무원, 특히 수사를 해야 하는 경찰공무원이라면 다르다"며 "범인도피나 증거인멸 혐의로 처벌하기는 어렵더라도, 경찰관으로서의 직업적 의무를 위반한 직무 유기 등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가 단순히 형법상 증거인멸로만 설명한다면, 모든 경찰 공무원 가족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넘어갈 수 있다는 식의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경찰공무원이기 때문에 별도의 법적 의무가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