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한 빨리 공권력" 호소에도…경찰 '강제해산' 신중한 이유
전문가들 "대화 우선, 통로 확보는 필요"
- 권진영 기자, 김범수 수습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김범수 수습기자
"레드라인입니다. 가능한 한 빨리 공권력을 투입해 우리 사무처 업무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합니다"-유승민 대한체육회장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개표소 봉쇄 시위가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개표소로 지정된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출구 10곳 앞은 돗자리와 모기망, 피켓으로 도배된 상태다.
시위 동력은 분명 한풀 꺾인 모습이다. 봉쇄 시위 초기만 해도 이른 시간 출구마다 10명 정도 되는 농성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지난 19일 오전 8시 기준 일부 출구는 농성자 없이 비어 있었다. 사실상 봉쇄가 풀어진 상태였던 것이다.
이번 시위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다가 완전히 마무리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그간 체육계는 물론 시민들도 요구했던 공권력 행사를 두고 경찰이 신중했던 배경엔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강제해산 등 공권력 행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집회 시위는 일정한 거리와 장소, 시간이 요구되는데 그런 것을 갖추지 않고 하는 것은 적법성을 띠기 어렵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이 교수는 "경찰도 이런 부분을 인지했음에도 무리하게 강제력을 행사하다 보면 집회 시위 자유의 선을 넘을 수 있기 때문에 법적 절차를 조정해 해산 요청을 하고 강제집행을 하더라도 법적 규정을 다 지켜야 한다"고 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꾸 해산해서 집회를 없앤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특정 사무실이나 입구를 봉쇄한 부분은 물리력으로 경력을 배치해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 교수와 임 교수 모두 물리력 행사에 앞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시위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의 명확한 해명과 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봉쇄 해소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임 교수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시위자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부가 합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이슈라면 받아들여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했다. 단 봉쇄된 공간만큼은 경찰이 합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박 서울청장은 지난 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것은 분명한 불법행위이고 채증하고 있다"며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엄정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옆에서 불법행위에 동조했다가 공범이 될 경우 패가망신할 수 있다"라고도 했다.
다만 시위 자체에 대해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공론의 장"이라고 했다.
헌법 제21조 제1항이 언론·출판의 자유와 함께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규정)하는 만큼 강제해산 같은 공권력 행사가 자칫 기본권과 충돌할 우려를 배제하지 못하는 복잡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경찰력이 투입됐던 투표소와 달리 부지가 넓은 경기장의 공간적 특성도 고려하면 공권력을 섣불리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서울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한 국회의원 보좌진의 팔을 잡고 목 부위를 접촉해 독직폭행·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관이 고발당한 것도 경찰이 물리력 행사에 신중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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