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다르크" "프락치"…가짜뉴스·혐오 뒤덮은 올공 시위의 '군중심리'
전문가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정치적 음모·혐오 감정서 원인 찾아"
- 권진영 기자, 김범수 수습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김범수 수습기자
"중국인이라 성조기는 차마 못 들고 태극기 들고 가짜 피로 '잠실 칼부림' 쇼를 한 것으로 의심"
지난 17일 오후 송파구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서 한 남성이 흉기로 자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그가 '중국인'이라는 미확인 정보가 확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의 국적은 '한국'이었고 연령은 30대였다. 이 남성은 특수협박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하지만 인터넷상에는 허위 정보가 여전히 가득하다. 이 남성이 중국인 유학생이며, 자해하다가 흘린 피가 '특수염료 가짜 피'라는 가짜뉴스가 활개 치고 있다.
현장에서는 문제 행동을 일으키거나 의견이 다른 이에 대해 특정 국적을 들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일이 패턴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개표소 내 사무실을 둔 체육단체의 출입 여부를 막은 여성 역시 일각에선 중국인 또는 프락치로 몰리고 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올다르크(올림픽공원의 잔다르크)로 추앙받는 이 여성은 인터넷상에서 '짱다르크(짱개+올다르크)'라고 불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올다르크가 손목에 찬 전자시계가 중국 브랜드 샤오미 제품이라며 "프락치가 맞구나"라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공무원도 이 같은 유언비어 공격의 대상이 된다. 최근에는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의 경찰을 상대로 "중국 공안이냐"라며 조롱하고 폭언·욕설한 유튜버가 공무집행방해·모욕 혐의 등으로 입건됐다.
피해 경찰의 아내는 SNS를 통해 고소장 접수 사실을 전하며 "누군가를 조롱하는 행위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처럼 소비하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경험하게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집단을 문제 원인으로 지목하는 유언비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군중심리라고 풀이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같은) 큰 사건이 일어나면 그 뒤에는 큰 원인이 있고, 미미한 사건 뒤에는 그 원인도 별 볼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치적 음모나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 감정 등을 집어넣어 원인을 찾는 비합리적 사고를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고, 그렇게 행동하면 그것이 곧 기준, 집단이 된다"며 "내가 올리는 그 글 한 줄 한 줄이 모여 집단을 만들고 이런 것들이 점점 퍼져 사회 파멸까지 가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언비어의 심리학을 연구한 하버드 대학의 고든 올포트 교수는 "루머(유언비어)는 중요성과 모호성의 곱이다"라는 공식을 정의하기도 했다. 정보의 중요성과 상황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유언비어의 강도도 세진다는 것이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루머가 계속 확산하는 것은 결국 책임 있는 자세와 문제 해결 방향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도 여당 내 권력 싸움이 계속된다면 국민 실망은 더 커지고 이 사태를 활용하려는 이들은 더욱 (유언비어에) 찬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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