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석 없는 해외 가수 내한공연…인권위 "장애인 차별"

공연 주최사 "수만명 관객 밀집…장애인 안전 위험 우려"
인권위, 주최사에 휠체어석 설치 권고…"장애인 배제 안돼"

영국 밴드 오아시스(oasis)가 21일 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중앙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내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해외 가수의 내한 공연에서 휠체어석을 설치하는 등 장애인의 공연 관람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17일 인권위에 따르면, A 씨는 휠체어 이용자인 피해자와 함께 해외 가수 B 밴드의 내한 공연을 관람하려고 했으나 주최자 측에서 휠체어 이용 관객석을 전혀 제공하고 있지 않다며 지난해 7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내한 공연 주최 기획사 C 사는 해당 공연의 좌석을 스탠딩석과 지정석으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는데, 상세 정보란에 휠체어 이용 관객을 위한 좌석을 별도로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C 사는 해당 공연이 일반 광장에 무대를 설치한 후 진행하는 행사로, 공원과 같이 기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휠체어 진입 및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수만 명의 관객이 밀집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연이라 휠체어 사용이 오히려 장애인의 안전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휠체어석을 설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대규모 야외 공연은 다양한 시설과 운영체계를 행사 기획 단계에서 설치·조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공연 장소가 상설 공연장이 아니라서 장애인 관람 편의 제공이 어렵다고 볼 것이 아니라, 행사 기획 단계에서 접근성과 안전성을 함께 고려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최 측이 수만 명의 관객을 수용하기 위한 임시 시설과 운영체계를 구축하면서도 장애인 관객을 위한 최소한의 관람 공간과 이동 동선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면, 이는 물리적 불가능의 문제라기보다 접근성 확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과로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C 사가 주장하는 안전 문제 역시 공연 운영에 있어 중요한 고려 요소에 해당하나, 안전상의 우려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의 참여 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이에 인권위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한 관람석 또는 이에 상응하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행위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및 제24조를 위반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공연까지 아직 기한이 남아있음을 고려해, 휠체어석 설치 및 동반인 좌석 확보, 예매 단계의 접근성 보장, 전용 출입·이동 동선 마련과 현장 안전요원 배치 등 별도 안전관리 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