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도 집행부도 없다…10일째 경기장 못 들어가는 체육단체들

SNS 보고 시위 개별 참여…경찰, 현장 조율·해산 어려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된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2026.6.12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시위가 열흘째에 이르렀다. 투표 직후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시작된 시위는 개표소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계속되고 있다.

이번 시위에서는 매일 수많은 인파가 광장을 채우고 있지만 기존의 집회·시위 현장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간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등이 조직적으로 시위를 주도한 것과 달리, 이번 잠실 시위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집회를 여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최자 없는 시위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경찰 역시 기존의 관리·대응 체계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1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핸드볼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시위는 주도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안내하는 특정한 집행부 없이 계속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집회에서는 시민단체나 노조, 정당 등의 단체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구성원을 동원하고 현장 운영을 맡는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현장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단체 집행부가 구성원을 동원해 시위를 이끄는 통상의 경우와는 다른 모습이다.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 역시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조달한다. 생수·간식·종이 피켓 나눔부터 간단한 의료지원 코너까지 생겼다.

통합된 운영 주체가 없어 시위대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현장에서는 "CCP OUT(중국 공산당 물러가라)" "멸공" 등을 외치는 과격 시위자들도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참정권 수호에 집중해야 한다는 시위자도 존재한다. 경기장 출입자들에게 신원 확인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시위자들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으로 몰려 '프락치'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현장에 걸린 '안내문'에는 "현장에서는 참정권·재선거·수개표·부정선거 등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한다. 결론은 참정권을 지키기 위한 외침이니 각자의 표현 방식을 존중하며 서로를 향한 비난은 삼가달라"는 내용이 적히기도 했다.

이러한 주최자 없는 점조직 형태의 시위는 경찰에 새로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현장 상황을 조율할 공식적인 대화 창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등 체육단체도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12개 체육 단체는 개표소 앞 시위가 시작된 5일부터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체육단체 직원들은 지난 9일과 10일 경기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시위대에 가로막혀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체육단체 관계자는 "협의를 해놓으면 갑자기 다른 시위자가 나타나 왜 그렇게 하냐고 반발한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마땅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집행부가 없어 해산을 설득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대부분 일반 시민으로 이뤄진 시위대를 상대로 물리력을 행사할 수도 없다.

다만 현장 경찰에 대한 위협과 모욕 우려가 커지자, 송파경찰서장은 지난 11일 ""정당한 공무집행임을 안내하고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되, 모욕·방해 행위가 지속될 경우 형사처벌 가능성을 명확히 경고할 예정"이라면서 경고 후에도 과도한 폭행 등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 현행범 체포를 포함한 현장 검거를 적극 검토하라고 일선에 지시했다.

송파경찰서는 지난 12일 여자 핸드볼 주니어 대표팀을 대상으로 발생한 일부 참가자의 강요·감금 혐의 사건과 JTBC 기자 폭행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