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부족' 커지는 책임론…'비상임·겸임' 선관위원장 제도 도마에

소쿠리 투표·특혜 채용 이어 또 관리 부실 논란
위원 전원 상임화 검토 등 제도 개선 촉구 목소리

4일 오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함 이송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시위대와 일부 주민들이 부정선거를 외치며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2026.6.4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한수현 문혜원 기자 = 6·3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으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둘러싼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선관위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반복되면서 선관위원장의 역할과 책임을 둘러싼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선관위원장은 '현직' 대법관이 '비상임'으로 '겸임'하는 관행이 이어지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선관위 관리 부실 상태를 개선하려면, 현행 구조에 대해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소쿠리 투표·특혜 채용 반복되는 논란…위원장이 조직 통제 못해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선거가 종료됐지만, 서울 송파구 잠실 7동 제2투표소 앞에서는 이튿날까지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투표소 앞에 모인 시위대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지탄하며 개표 중단과 재선거 등을 요구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의 관리·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투표지를 바구니나 쇼핑백 등에 담아 옮기면서 이른바 '소쿠리 투표'로 논란이 된 바 있다. 2023년에는 선관위 전·현직 간부 자녀들이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감사원 감사에서 일부 특혜 채용이 드러나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원장이 조직을 실질적으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헌법 제114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기는 6년으로 규정한다.

현재 관행상 선관위원장은 대법관 중 1인이 겸임한다. 현직이어야 한다는 요건은 없지만, 관례상 대법관에서 퇴임할 경우 선관위원장에서도 물러나고 대법원장이 새로 지명했다.

다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월 선관위원으로 천대엽 대법관을 내정했지만, 인사 청문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현재는 이례적으로 전직인 노태악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선관위원 전원 상임 전환 필요" 의견…"현실적 낭비" 반대도

전문가들은 현재 선관위 구성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위원장을 상근직으로 전환해야 하는지,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아야 하는지 여부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중앙선관위의 최고 책임자는 9명의 위원인데 대부분 비상임이다 보니 조직 전체가 느슨해질 수 있다"며 "위원장뿐 아니라 위원 전원을 상임으로 전환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헌법재판소도 재판관을 3명만 상임으로 하고 6명을 비상임으로 하겠다고 하다가, 9명을 모두 상임으로 하기로 고친 것"이라며 "선관위 같은 경우 이제라도 위원들을 상임으로 전부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전에도 문제가 많이 제기됐으니 선관위원장을 대법관 중 하는 것보다는 별도로 상근직을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선거 관리에 갈수록 세부적인 역할이 필요해질 것으로 보여, 대법관 외 다른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현직 판사는 "상근직화 해도 선거 때 외에 일이 많지 않을 것 같다"며 "위원장은 한정해서 일을 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사무총장이 하는 것이라 위원장 상근은 현실적으로 낭비"라는 의견을 밝혔다.

다른 판사 출신 변호사도 "행정적인 업무는 사무총장이나 국장이 하고, 사실 위원장은 별로 할 일이 없다"며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굳이 현직 대법관 아니어도 돼" vs "중립·법률전문가 필요"

현직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는 현재 방식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나온다.

장 명예교수는 "선관위원장이 왜 꼭 현직 대법관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전직 대법관 등도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데 기존 관행에만 묶여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헌법은 대법원장이 3인의 선거관리 위원을 지명하도록 하지만, 꼭 대법관이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부장판사 등 다른 사람을 지명한다면 할 수도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이유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직 고법판사는 "지방 선관위원장 역시 대부분 법관이 맡고 있다"며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업무가 많기 때문에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을 맡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현직 판사들은 정당 가입도 되지 않고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며 "중립적인 측면에서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내부 선출은 부적절…타성 빠질 우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관위 내부 승진을 통한 위원장 선출 방안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모두 선을 그었다.

지난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사태에서 보듯, 선관위가 외부 감시를 받지 않는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악용해 '제 식구 감싸기'나 '조직적 타성'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장 명예교수는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 기관이다 보니 다른 데서 관여하기가 어렵다"며 "위원장까지 내부에서 선출할 경우 타성에 빠져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문제들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중립성과 독립성이 가장 중요할 텐데, 내부 선출은 또 그 측면에서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선관위는 이미 자녀 채용 문제 때도 그 지점이 가장 지적된 적 있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