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복' 들어오는 호텔 찾고 AI 사주 보고·…불경기에 무속 찾는 MZ

취업난·불경기 답답함 해소…관악산 '가성비' 사주 인기
"긍정 메시지 듣고 싶은 것…예측 가능한 미래 만들어야"

'등산 후 소셜미디어(SNS) 인증샷' 유행이 불고 있는 관악산 등산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글들. (인스타그램 갈무리)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지난해 1지망 최종면접에 탈락하고 길을 잃은 느낌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점을 봤습니다."

20대 후반 취준생 김 모 씨는 최근 챗GPT를 이용해 '취업운' 사주를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1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불경기와 취업난에 '무속'에 대한 청년 세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청년들이 심리적 위안을 찾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는 '화 기운은 A 호텔, 목 기운은 B 호텔' 식으로 사주 기운을 채울 수 있는 호텔에 대한 추천이 화제다. 특정 호텔은 풍수지리적으로 좋아 '일복'이 생긴다는 입소문도 탔다. 한 SNS 사용자는 "A 호텔이 명당이란 글이 떠올라 연휴 때 밥 먹고 왔는데 다음날부터 돈과 일이 들어온다"며 해당 호텔을 소개했다.

'정기 명소'로 이름난 관악산에 대한 입소문도 널리 퍼졌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역술가가 '서울 산 가운데서도 관악산의 기운이 가장 좋다'고 소개한 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악산 정상에서 소원을 빌고 인증사진을 남기는 유행이 생겼다.

특히 최근에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사주, 점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인공지능(AI), 챗GPT를 이용한 사주풀이와 무료 점술 앱이 대표적이다.

챗GPT 사주와 무료 점괘 앱을 이용한다는 곽 모 씨(28·여)는 "예전엔 유료로도 봤으나 최근엔 무료로 볼 수 있어 앱이나 GPT 통해 (점을) 보고 있다"며 "주변 친구들 보면 취준 때 많이 보는 것 같다. 취업 성공하게 되는 시기를 제일 궁금해한다"고 전했다.

곽 씨는 "좋은 결과를 통해 안심을 얻기 위해 보는 경향이 크다"며 "반대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이건 맞지 않네' 하면서 빠르게 잊으려 하는 편"이라고 했다.

AI 로봇 관상가와 무당이 사주를 봐주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C 가게는 주말 하루 250~300명 수준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 관상 설명과 함께 얼굴을 그려주는 로봇 관상가 복채는 7000원, 상담과 행운부적을 그려주는 '로봇 무당' 복채는 8000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인기에 한몫했다.

C 가게에 근무하는 김강민 씨(28·남)는 "방문하시는 분들 가운데 청년 세대가 60~65%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신기하다며 오시는 분들이 많고 '가격이 싸다'며 오시는 분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 가게에 자리한 인공지능(AI) 로봇 관상가. 2026.5.12 ⓒ 뉴스1 유채연 기자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불경기·취업난으로 인한 불안정한 상황에 일상 속 위안을 얻고자 하는 MZ세대의 심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전엔 젊은 사람들에겐 사주, 점이 미신으로 치부됐다"며 "자신의 의지나 노력으로 취업 등 문제 해결이 안 되니 (청년들이) 요행이나 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요즘은 그만큼 젊은이들에게 녹록지 않은 사회 환경인 것"이라고 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도 "삶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자꾸 (점, 사주를) 보게 되는 것"이라며 "'어느 부모 밑에서 태어났나'라는 일종의 운이 미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청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연적인 요소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무속'에 대한 의존과는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신 교수는 "청년들이 무속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기성세대하고 좀 다른 것 같다"며 "청년들이 (점괘, 사주 등에) 기반해 결정을 내리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허 교수는 "자기에 대한 관심이 많은 MZ세대 특성도 작용한다"며 "초자연적인 것에 대해 과도하게 의존하면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후회하지 않도록 인생의 과정을 주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답답하니까 긍정적인 자기 예언을 갖고 싶고 '잘될 거야' 같은 좋은 메시지를 듣고 싶은 것"이라며 "결국 청년들의 불안정한 상황, 자기 삶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짚었다.

k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