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줄이고 초저가 찾는데, 명품 매장은 오픈런…고물가 속 소비 양극화

고환율·고물가에 시장·마트엔 할인상품
명품3사 최대 매출 기록…백화점 명품매장 긴 줄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 롤렉스 매장의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2022.1.10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고물가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면서 시민들이 외식을 줄이고 생필품 위주로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반면 백화점 명품 매장 앞에는 개점 전부터 '오픈런' 대기줄이 이어지는 등 소비 양극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15일 뉴스1 취재진이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물가 상승 부담을 체감하고 있었다.

서울 목동에서 온 이 모 씨(70대·여)는 "중동 전쟁 때문에 물가가 너무 올라 장 볼 때 부담스럽다"며 "외식을 줄이고 되도록 집밥을 먹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함께 시장에 온 정 모 씨(60대·여) 역시 "과일을 하루에 2~3번 먹었는데 이젠 한 번만 먹고 양도 줄였다"고 공감했다.

경기 성남 분당에 거주 중인 조 모 씨(63·여) 역시 "요즘엔 식자재 살 때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옛날엔 국산 먹었으면 이젠 수입산도 먹는다. 장 보는 금액은 그대로인데 양이 준 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고물가 속 대형마트 3사는 초저가 할인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날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만난 유진옥 씨(76)는 롯데마트 자체브랜드 상품인 3890원짜리 우유를 구매했다. 유 씨는 "원래는 다른 우유 사는데 신문에서 할인한다는 소식을 보고 이 제품을 구매했다"며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이런 할인 상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서울 이태원에서 온 홍 모 씨(60대·남) 또한 행사 중인 우유를 구매하며 "100g당 따져보니 이 우유가 10원정도 더 싸더라. 옛날보다 덜 사고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안 사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30대 신혼부부 임 모 씨는 "집들이를 앞두고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데 물가 때문에 부담스럽다. 친구들이 생필품을 선물로 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14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진열된 행사 상품 우유가 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2026.04.14. ⓒ 뉴스1 소봄이 기자
"예물이니까 안 아껴" "가방 하나쯤은"…명품 최대 매출 기록

반면 이날 오전 10시 취재진이 찾은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앞에는 명품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경기 성남 분당에서 예비 신부와 함께 온 30대 남성 박 모 씨는 결혼 예물로 시계를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오픈 1시간 전부터 대기했다. 박 씨는 "고물가 시대라지만 딱히 소비를 줄인 것도 없고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며 "결국 돈 있는 사람은 사고, 없는 사람은 못 사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매장을 찾은 30대 남성 조 모 씨도 "옛날에 비해 가격이 올랐지만 주기적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예물인 만큼 한 번 크게 쓰려고 한다. 지금이 가장 쌀 때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50대 여성 이 모 씨는 샤넬 매장 앞에서 줄을 서며 "가방 하나쯤은 갖고 싶어 나에게 주는 선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려고 한다"고 웃었다.

주얼리관 오픈런을 한 20대 대학생 이 모 씨는 "갖고 있는 주식이 많이 올라 투자 수익으로 1000만~2000만 원대 주얼리를 구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샤넬과 루이뷔통, 에르메스 등 이른바 명품가 3사 '에·루·샤'는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에서 나란히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처럼 결혼 예물이나 자기 보상 등 특정 목적 소비는 고물가 속에서도 뚜렷한 위축 없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가 많게는 1년에 2번 이상 가격 인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가 몰리며 오픈런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고물가 상황임에도 매출은 오히려 증가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기보다는 개인별 필수 소비는 줄이면서도 특정 소비는 유지하는 '선택적 소비'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 같은 경향은 계층 간 격차뿐 아니라 개인 내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