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비 아껴" 고환율에 환전소 몰린 외국인…환차익 노린 내국인도

"원화 많이 받아 쇼핑 할 것"…상인들 "손님 90%가 외국인"
원·달러 1500원대 굳건…묵혀둔 외화 꺼낸 내국인

31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 2026.3.31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유채연 기자

"환율이 오르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300달러 바꾸면 45만원 정도 받을 것 같은데 오늘은 명동에서 쇼핑하려고요."

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역 인근 A 환전소에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던 필리핀인 알리야(19·여)는 부쩍 오른 환율 덕분에 여행 경비를 아낀다며 웃었다. 알리야는 "환율 등락이 계속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명동 일대의 환전소는 이른 오전부터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려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환전소 문이 열리자마자 일본과 유럽 국가들에서 온 외국인들이 5~6명씩 줄을 지어 환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환전소 달러·원 환율은 1495원으로 시작해 오후엔 1503원까지 올랐다. 유로·원 환율은 1720원 수준을 기록했다. 시중 은행에서 현찰을 팔 때 환율이 달러·원 1480원대, 유로·원 1709원에 머무르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수준이다.

러시아에서 온 B 씨는 "명동 인근 환전소를 여러 군데 돌아다녔는데 이곳이 유로가 1720원으로 가장 나아서 여기서 돈을 바꿨다"며 "아무래도 환율이 높아서 더 많은 원화를 받으면 쇼핑도 많이 할 수 있고 좋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에서 온 리나(67·여)는 "나는 현금 환전은 따로 안 하고 카드로 결제를 하긴 하지만, 환율 덕에 원화가 싸서 좋다"며 "한국은 옷이랑 음식이 노르웨이보다 더 싼 것 같은데, 오늘은 명동에 쇼핑하러 왔다"며 웃었다.

이날 환전소를 찾는 이들 중 내국인은 거의 없었다. 취재진이 3시간가량 15곳의 환전소를 둘러 볼 동안 환전하러 온 내국인은 단 한 명이었다.

1일 서울 중구 명동 일대의 사설 환전소에서 외국인들이 환전하고 있다. 2026.4.1 ⓒ 뉴스1 유채연 기자

그나마 환전소를 찾은 내국인들은 고환율로 인한 원화 약세로 인해 묵혀둔 외화를 꺼내든 이들이었다.

마포구 상암동에서 온 김 모 씨(51·여)는 "명동 환전소가 환율을 잘 쳐준다고 해서 일부러 왔다"며 "일단 두어 곳 정도 환전소를 더 둘러보고 환전하려 한다"고 했다.

김지영 씨(29·여)도 최근 명동 환전소에서 달러를 원화로 환전했다. 김 씨는 "1300원대에 사놨던 500달러 정도를 최근에 명동 환전소에서 바꿨다"며 "소소하게 10만 원 정도 환차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환전소 상인들도 최근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과 환차익을 얻으려는 내국인들이 사설 환전소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전소 상인인 박 모 씨(52·남)는 "지난해랑 비교해 요즘 더 외국인이 늘었다"며 "아무래도 환율 영향이 있는 것 같고, 손님 90%가 외국인이다. 한국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전소 상인인 C 씨는 "요즘 내국인들은 환율 때문에 달러를 많이 팔러 온다"고 했다. 환전소 상인인 D 씨도 "환율 오르면 쌈짓돈을 들고 오는 내국인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일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대비 21.6원 내린 1508.5원에 출발했다. 간밤 미국과 이란의 종전 가능성 시사에 전쟁 종료 기대가 커지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된 영향으로 환율이 내렸지만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