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철창 밖 나온 소녀상…"감옥같은 펜스, 또 들어가야 하다니"
수요시위 동안만 철거…"펜스 완전히 철거되길"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일본군 위안부를 모욕하는 보수 단체로 인해 약 5년 10개월간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싸고 있던 경찰 바리케이드가 1일 수요시위에서 잠시 철거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 소녀상을 둘러싼 바리케이드를 일시적으로 철거했다.
이날 철거는 정의기억연대가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에 바리케이드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이뤄졌다. 다만 경찰은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의 보석 가능성 등을 검토해 당분간 수요시위가 진행되는 동안에만 바리케이드를 일시적으로 철거하기로 했다. 전면 철거할지 여부는 향후 몇 주간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다.
바리케이드가 철거되자 소녀상을 제작·설치한 김서경 작가와 정의연 활동가 등은 목장갑을 끼고 빗자루, 나무 꼬치, 물티슈 등을 동원해 소녀상 인근을 점검했다.
이들은 소녀상 인근의 낙엽과 쓰레기들을 줍고, 소녀상 동상이 있는 평화비 바닥 사이사이에 낀 이끼와 찌꺼기들을 긁어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도 참석해 명패와 소녀상을 물티슈로 함께 닦았다.
이날 점검 결과에 따르면 소녀상은 동상의 칠이 벗겨지고 평화비 비문에 바퀴 자국 등이 남는 등 손상을 입었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던 5년 10개월 동안 정의기억연대가 소녀상 인근을 점검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한 차례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마저도 바리케이드를 완전히 철거하고 점검한 게 아니라 구석구석 소녀상을 점검할 순 없었다는 게 김 작가의 설명이다.
김 작가와 정의연은 경찰 협조를 받아 오는 29일부터 1박 2일 동안 천막을 치고 소녀상 정비에 나설 예정이다.
김 작가는 점검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평상시에 관리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 텐데 되게 슬프기도 하고 아쉽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며 "오늘 잠시 연 것뿐이라서 다시 또 들어가야 하는데, 감옥 같은 느낌이다. 빨리 펜스가 치워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소녀상) 보완을 하고 안전 장치를 좀 해놓고 완전히 (바리케이드 없이) 여는 것으로 얘기하고 있다"며 "한두사람만 구속한다고 이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고, 정부가 법적 제도와 안전 장치를 도와주시면 고맙겠다"고 설명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낮 12시 소녀상 앞에서 열린 제174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오늘 소녀상을 둘러쌌던 감옥 같던 펜스가 잠깐 치워졌지만 이것은 수요시위 동안일 뿐"이라며 "지난 6년간 이곳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며 할머니들을 모욕했던 김병헌의 구속이 최근 확정됐었지만 그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그의 뒤에는 낙성대경제연구소의 이영훈 같은 뉴라이트 학자들이 있고 아스팔트 우파가 있으며 식민지 극우 엘리트들이 견고하게 뒤를 지키고 있다"며 "이들의 목표는 평화와 인권의 상징인 소녀상을 철거해 진실의 목소리를 영원히 봉쇄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연은 바리케이드를 전면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지금 당장이라도 펜스가 완전히 철거되길 바라고 있다"며 "가장 소녀상을 위협했던 사람이 구속된 상태라서 큰 위협은 이제 사라졌다고 보는데, 경찰이나 구청에서 아무래도 책임 소재가 본인들에게 있으니 조금 더 많은 상황을 살펴보고 철거하시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요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은 소녀상 옆 의자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엘살바도르에서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방문 한 이사벨라 아얄라(22·여)는 "미스터션샤인 같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어머니와 한일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다"며 "그러다가 소녀상 이야기가 나왔고 '그럼 보러 가자'고 해서 이렇게 오게 됐는데, 마침 바리케이드가 철거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사벨라 아얄라 씨는 "제가 한국인은 아니지만 여성으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요시위 후 시민들의 기념사진 촬영이 끝난 오후 1시 10분쯤 소녀상 인근에 다시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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