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점심 먹자" 거지맵 인기…'거지방' 30대 청년이 만들었다

고물가 시대 가성비 식당 지도…입소문 타고 11일만에 4.5만 방문
개발자 최성수 씨 "거지들의 연대…어려움도 해학적으로 풀어냈으면"

거지맵 사이트 갈무리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천정부지로 오른 물가 탓에 점심 한 끼도 1만원 이하로 해결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올해 2월 기준으로 서울 지역 기준 냉면 한 그릇이 1만 2538원, 비빔밥이 1만 1615원에 달한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청년들일수록 외식은 '사치'가 됐다.

하지만 돈이 없어도 나를 위한 따뜻한 밥 한 끼는 하고 싶은 법. 이런 청년들 사이에서 '거지맵'이 부상하고 있다.

거지맵은 한 끼를 가성비 좋게 해결할 수 있는 식당들을 소개하는 온라인 서비스다. 홈페이지 주소도 '거지맵.com' 이다. 거지맵에선 한 끼 1000~8000원의 식당들을 지도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20일 당근 커뮤니티 '거지모임'에 거지맵을 소개한 게시물은 조회수 10만 회를 넘겼다.

간혹 8000원 이상의 식당도 등록돼 있는데 이마저도 양이 많다거나 원래 단가가 높은 고기반찬이 나온다는 등 나름의 '가성비'를 충족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 파주시의 마라탕집을 등록한 네티즌은 "배민에서 3000원 할인 중이라 8900원에 13가지 토핑이 들어가 있다"며 "2인분 같은 1인분으로 2끼 해결"이라고 설명란에 적었다.

개발자 최성수 씨(34·남)가 거지맵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거지방' 이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서 운영되는 거지방에선 소비 지출을 공유하면 이를 평가한다. 거지방은 절약을 중시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었다. '생수 한 병 사먹어도 되냐'는 질문에 '회사가서 마시라'며 해학적으로 절약을 풀어내는 게 거지방의 묘미다. 특히 외식은 거지방에서 승인이 도통 쉽지 않은 사치로 꼽힌다.

거지방의 일원이었던 최 씨는 절약을 해학으로 풀어내는 것을 넘어서서, 절약을 위한 정보를 시각화하고 싶어 거지맵을 만들었다. 최 씨는 "같은 공감대를 나누는 '거지'들과 연대해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시각화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지맵 개발자 최성수 씨(본인 제공)

실제로 거지맵에 올라와 있는 정보들은 사용자들에 의해 광고 없이 자발적으로 업로드된 것들이다. '제보하기' 버튼을 누르고 상호명, 카테고리, 메뉴명, 가격 등만 적으면 간단히 등록할 수 있다.

플랫폼은 '사후 검증'만 수행한다. 예를 들어 8000원 이상 식당에 대한 제보가 있을 경우 가성비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거지맵에서 삭제하는 식이다. 최 씨는 "음식점 정보의 등록은 중앙이 아닌 바깥쪽으로부터의 참여형으로 등록이 되며 플랫폼은 이에 대한 사후 검증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서비스가 시작된 후 11일 만인 30일 기준 거지맵의 누적 방문량은 4만 5000건을 기록했다. 첫날 1200건이었던 일일 방문 수는 29일쯤엔 7633건으로 집계됐다. 당근,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인스타그램, 네이버·다음 카페 등을 통해 알아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게 최 씨의 설명이다.

돈이 없는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거지'라는 표현을 플랫폼에 차용한 것은, 삶이 팍팍하더라도 결국 같이 극복하잔 뜻을 담은 것이다. 마치 고물가 시대의 그늘 속에서 절약을 공유하며 유머 담긴 질책을 나누던 '거지방' 열풍 때처럼 말이다.

최 씨는 "거지맵이란 이름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비관적이기보다 이를 해학적으로 풀어내며 건실한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연대의 표현"이라며 "다소 거칠더라도 직관적으로 이를 표현할 수 있는 거지맵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많은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으니 세상도 이들에게 더 나은 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당근 '거지모임'에 올라온 거지맵 관련 게시물 (당근 갈무리)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