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숨고, 가해자는 돌아다닌다…"스토킹 범죄자 격리해야"
전자발찌·접근금지 등 경고성 조치로는 역부족
전문가들 “피해자 중심 형사정책으로 전환해야”
- 이세현 기자, 강서연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강서연 기자 = 최근 남양주시의 한 길거리에서 20대 여성이 피살되는 등 스토킹 범죄가 반복적으로 강력 범죄로 이어지며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에게 피신과 대응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이같은 범행을 막기 어렵다며, 적극적인 가해자 분리 조치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남양주시에서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자발찌를 찬 남양주 스토킹 살인 피의자는 피해자 인근 100m 이내 접근과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연락이 금지된 상태였고, 피해자에게는 스마트워치가 지급됐으나 범행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피해자는 범죄 발생 전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제9호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스토킹 행위자에게 서면경고,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등의 잠정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의 잠정조치는 접근 금지나 연락 금지 등 경고성 조치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범행 의지가 강한 가해자에게는 이런 조치만으로는 실질적인 억지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은의 변호사는 "이미 일상을 영위하지 못하는 가해자들에게는 경고성 처분은 큰 의미가 없다"며 "전자장치 부착을 필요로 할 정도의 위험성이 인정됐다면 차라리 구금을 하는 것이 더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전자장치 부착은 '검거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생각이 들게 해 가해자의 인식에 '벽'을 조금 높여주는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험한 가해자가 버젓이 돌아다니게 두면서 그 사람의 위치를 아는 것만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건 굉장히 안일한 인식"이라며 "접근이 금지되는 100m는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다. 전차 장치를 부착하고 경고음이 울린다고 한들 피해자가 도망치는 길에 살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결국 범행을 예방하려면 가해자가 피해자와 같은 시간과 장소에 있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가해자에게 전자장치를 채워 피해자의 반경 1km 안에 들어오면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 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발찌 부착 등 잠정조치 청구 여부는 검사가 직권으로 하거나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따라 법원에 청구한다. 경찰이 직접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실제 사건에서 경고가 아닌 전자장치 부착이나 구금 처분이 내려지는 사례도 많지 않아 예방 수단으로 활용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현직 경찰은 "잠정조치를 신청해도 법원의 인용률이 너무 낮다"며 "(가해자의)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잘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법원이 이런 사안을 다룰 때 전통적으로 가해자 중심에서 생각한다"며 "피해자를 중심으로 하는 형사 정책이 실현되어야만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경찰과 법원 모두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너무 스토킹 범죄를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며 "꼭 사람이 죽거나 다쳐야만 범죄 피해라고 생각해 상황의 심각성에 맞는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문제가 터졌다고 표면적으로 접근을 하면 해결책이 없다"며 구조적인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토킹처벌법은 가해자가 잠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전자장치의 손상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의 벌금에 처한다.
이 변호사는 "잠정조치를 어겼을 경우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며 실제로 의율해 불이익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또 스토킹처벌법만으로는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할 수 없다며 교제 폭력 사각지대를 없앨 법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교제했던 관계에 기반해서 일어나는 폭력은 신고했을 경우 피해자가 위해를 당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스토킹처벌법으로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 반복적인 괴롭힘 행위가 있어야 범행이 성립하는데, 교제 폭력의 경우 더 짧은 기간 안에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을 '만능 키'처럼 보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며 "교제 폭력법이 필요하고 그 법안 안에 가해자에 대한 인신 구속과 관련한 지침이나 조항이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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