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시행…"결과 맘에 안들면 다 고소, 수사·재판 위축"
'사법개혁 3법' 공포…법왜곡죄 부작용 우려
"잘못된 내용 변경도 부담…법 조항 추상적"
- 이세현 기자,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신윤하 기자 = 이른바 '사법개혁 3법' 공포로 당장 법왜곡죄가 시행되면서 수사 현장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일선에서는 법왜곡죄 제도 자체가 실무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법무부는 12일 사법개혁 3법으로 불리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형법 개정안,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해 공포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소원 심판으로 다룰 수 있게 됐다. 또한, 법 왜곡죄가 신설되면서 판사나 검사 또는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법령을 잘못 적용하거나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게 된다. 대법관은 2030년까지 점진적 증원을 통해 총 26명이 된다.
이중 수사 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법안은 단연 법왜곡죄다.
이 법은 인권침해나 부당한 법 해석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선에서는 수사의 재량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지역의 경정급 경찰은 "고소인이 혐의를 잘못 적용해 고소한 경우 담당 수사관이 조사한 후 판단해서 바꿀 수도 있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잘못된 내용을 바꿔도 문제가 되고 안 바꿔도 문제가 될 것"이라며 "결국 경찰을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수사관, 검사, 판사를 다 고소·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감급 경찰도 "수사 기관의 허점을 찾아내고, 이를 이용해 고소하면 위축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법리를 고의로 잘못 적용한다는 게 실질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법 조항 내용 중 '그 밖의 방법'이라는 게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수사관을 걸고넘어지는 이유가 될 것 같다. 모함으로 사건을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수도권 지역의 현직 판사 역시 "판결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판검사를 가만히 놔두겠냐"며 "안 그래도 법원들이 악성 민원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왜곡죄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현직 판사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미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있다"며 "굳이 요건이 추상적인 법왜곡죄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마음에 안 드는 판사를 수사할 때 계속 불러들이는 용도로만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의도적으로 법령을 왜곡해 적용했다는 '고의'를 입증할 수 있겠느냐"며 "실제로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일선에서는 법왜곡죄가 전제하고 있는 법 해석의 관점 자체가 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은 "해당 조항은 법령이 이미 절대적이고 완벽하므로 잘못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며 "그래서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헌재도 있고 다른 구제 장치들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 자체가 완벽하지 않은데도 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법의 취지가 너무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부장판사는 "독일 형법에 법왜곡죄가 있는 이유는 나치에 부역한 판사들을 처벌하기 위해서였다"며 "법률에 의한 독재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그런 시대가 아닌데도, 독일의 형법 체계에서 한 부분만을 빼 온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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