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모녀' 12주기…"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해야"

26일 송파 세모녀 12주기 추모제가 열리는 모습(참여연대 제공)
26일 송파 세모녀 12주기 추모제가 열리는 모습(참여연대 제공)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2014년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 12주기를 맞은 26일 시민단체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 시민단체와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송파 세 모녀 12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이들은 "부양의무자 기준은 여전히 가족에게 가난의 책임을 떠넘기고, 근로능력평가는 사람을 줄 세운다"며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재산이 조금 있다는 이유로, 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안전망에서 밀려난다"고 지적했다.

현행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르면, 소득이나 재산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해도 부모나 자녀 등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의 생계 및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송파구 석촌동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살던 박 모 씨와 두 딸은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에 사회보장체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2014년 2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 모녀는 '죄송하다'는 유서와 월세·공과금 70만 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복지 제도를 개선했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아직 남아있어 저소득층이 여전히 생계급여 및 의료급여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추모제에선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할 예산을 줄 수 있게 긴급복지지원제도를 개선하라는 목소리도 분출됐다.

긴급복지지원제도는 위기상황에 처한 저소득 가구에 생계·의료·주거 지원 등을 일시적으로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예산이 한정적이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3월 강남구 반지하에서 살던 한 50대 남성은 동주민센터에 긴급복지지원을 두 차례 요청했지만 예산이 소진됐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는 2개월이 지나 숨진 채 발견됐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숨어있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복지제도를 신청하려는 사람에게는 '예산이 떨어졌다',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