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진실화해위 출범…1호 신청 사건은 해외입양 국가폭력 300건

가짜 기록 '국제입양' 16만명…"입양된 어머니, 생일도 몰라"
형제복지원 등 집단수용시설 피해 신청서도 접수

해외입양인 2세인 마릿 킴 씨와 피터 뮐러 뿌리의집 공동대표가 해외 입양 사건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2026.2.26 ⓒ 뉴스1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신청서 접수가 26일 시작됐다. 유럽 지역 해외입양 피해자 300명이 3기 진화위의 1호 사건으로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해외입양 피해자들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진화위를 방문해 해외입양 사건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 등 자료가 4개 박스 분량으로 제출됐다.

앞서 해외입양 피해자들은 입양 과정에서 본명과 출생지, 의료 기록 등 출생 서류가 조작돼 인권이 침해돼 왔다며 2기 진화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지만, 3년간 해결된 사건은 367건 중 56건(1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접수된 사건들은 2기 진화위에서 접수되지 않은 신규 사건으로, 2기 진화위에서 해결되지 않은 311건의 해외입양 사건은 3기 진화위로 이관된다. 1954년부터 2000년 전까지 해외에 입양된 아동의 수는 약 16만명에 달한다.

신청서를 제출한 해외입양인 2세 마릿 킴 씨는 어머니인 김지미 씨의 출생 정보가 국제 입양을 위해 고의로 조작되고 삭제됐다며 진실 규명 조사를 신청했다.

어머니 김 씨는 1973년 한국에서 네덜란드로 입양됐고, 자신의 출신을 모른 채 고통받던 중 자신의 38번째 생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마릿 킴 씨는 13세였다.

마릿 킴 씨는 신청서 제출 후 열린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어머니의 이별 편지에는 '생일은 중요하지 않다, 그게 내 생일인지 아닌지 모른다'고 적혀 있다"며 "2년 전 저는 어머니의 숨겨졌던 기록물을 발견했는데, 어머니의 이름과 부모의 이름, 광주에 있는 두 개의 주소, 생일이 확실하단 증거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마릿 킴 씨는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이 모든 사실을 알았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어머니는 그걸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한국 입양인 후손들은 가족 기록물 접근권을 거절당해 가족들이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입양인 후손들도 기록에 대해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들이 2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2026.2.26 ⓒ 뉴스1 신윤하 기자

해외입양 피해자들 이외에도 이날 형제복지원과 광주갱생원 등 집단수용시설 피해 생존인들이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했다.

목포 동명원에 강제 수용됐던 문호현 씨는 진상규명 신청서를 제출하고 "아직도 운영되고 있는 동명원 시설에 갇힌 동료들을 대신해서 진상규명을 신청하려 한다"며 "진상규명을 받아도 피해자 소수만 소송을 하고 있을 뿐, 국가에서 어떤 지원도 없는데 이건 국가가 시설에 수용됐던 사람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국가폭력 피해자 단체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2기 진화위의 신속한 위원장 임명과, 시설 수용과 해외 입양 사건을 조사하는 조사3국의 조속한 설치를 촉구했다.

3기 진화위는 2기 진화위보다 진실규명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고 조사 권한이 강화됐지만, 아직 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아 실질적인 '3국 체제' 운영을 위한 조사관 등이 채용되지 않은 상태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3기 진화위는 위원장 없이 출발하게 됐다. 국회의 입법 과정 지연의 문제도 있겠지만 위원장을 임명할 대통령실의 대처 미흡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거부터 다양한 국가로 해외 입양이 진행됐으나 입양인 신청이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3기 진화위는 독립적인 시설·입양 조사국이 시급하게 설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