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주식 183억어치 무차입 공매도 한 투자은행, 법정서 혐의 부인
2021년 9월부터 수개월간 2.5만회 걸쳐 무차입 공매도 혐의
"공매도 있었지만 전부 무차입 아냐…전산 자동화 의한 것" 반박
-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수년 전 약 183억2261만 원어치의 국내 주식 총 57만 3884주를 2만 5219회에 걸쳐 무차입 공매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글로벌 투자은행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상당 부분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김주석 판사는 25일 오전 11시 30분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투자은행 A 법인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대여 등을 통해 확보하지 못한 주식을 미리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그 특성상 자본시장을 교란할 수 있어서 불법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을 대차해 매도 후 상환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된다.
A 법인 변호인 측은 공매도가 발생한 건 사실이지만 거래 전부가 무차입 공매도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다만 거래별 무차입 여부를 따지는 건 상당히 범위가 넓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날 법정에서 전부 소명하긴 어렵다고 했다. 또 고의에 의한 무차입 공매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공매도 거래 상당수는 인간 트레이더가 아닌 전산 시스템상 고객의 스와프 주문에 대응해서 위험 상쇄 목적으로 자동으로 이뤄진다"며 "범죄로 기소된 상당 부분이 피고 법인이나 소속 트레이더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이뤄진 것이다. 범죄 행위자로 볼 수 있는 트레이더도, 행위로서의 무차입 공매도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행위자로 특정된 트레이더가 매도 주문에 개입했다 하더라도, 대차 부서 직원으로부터 주식 장부를 확인받고 거래한 것이기 때문에 무차입 여부를 알 수 없다"며 "대차 부서 직원들도 전산상 장부에 따라 차입 여부를 확인해 줬을 뿐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검찰에 따르면 A 법인 및 소속 트레이더들은 2021년 9월 1일부터 2022년 5월 11일까지 소유하지 않은 국내 주식 총 57만 3884주를 2만 5219회 걸쳐 무차입 공매도한 혐의를 받는다.
트레이딩 시스템상 A 법인 전체 주식 잔고 부족을 통지받았음에도 복수 '독립 거래단위'(AU) 운영을 핑계로 공매도 범행을 장기간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금융투자업 규정상 법인 전체가 아닌, 독립거래 단위별로 공매도를 산정·판단할 수 있단 의미다.
검찰은 A 법인이 이를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고 방치, 소속 트레이더들의 공매도 범행을 용인했다고 봤다. 자본시장법 180조 1항의 불법 공매도 혐의를 법인에 적용했다.
검사 측은 사건 기록을 더 조회해야 한다며 재판 속행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음 재판은 4월 1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legomast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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