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한숨 나오지" 아버지 한숨에 흉기 휘두른 아들[사건의재구성]

평소에도 "아버지 죽이고 싶다"…사랑 못 받았단 피해의식
말리던 어머니와 동생도 공격…징역 12년 선고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2024년 12월 12일 대학교가 종강해 방학이 시작되는 평범한 하루였다. 부산에서 대학교에 다니던 20대 남성 A 씨는 종강하자마자 KTX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다. A 씨는 마중을 나온 아버지와 저녁 식사를 했다.

그런데 너무나 평범했던 그날의 저녁 식사 자리가 A 씨의 심사를 뒤틀리게 했다. 큰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아버지가 A 씨가 원하는 메뉴를 시켜주지 않았고, 음식을 남겼다고 좀 나무랐을 뿐이었다.

화가 난 A 씨는 아버지와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에게 달려가 발을 구르며 분노를 표출했다. A 씨는 "아버지 표정이 안 좋다"며 "아버지가 밉고, 얼굴을 공격해 죽이고 싶다"고 욕설을 쏟아냈다.

이를 본 아버지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이러니까 한숨이 나오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A 씨는 아버지의 한숨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결국 A 씨는 아버지를 해치기로 마음먹기에 이르렀다. A 씨는 책상 위에 있던 흉기를 들고 화장실로 달려 들어가 아버지의 목덜미 부위에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렀다.

놀란 A 씨의 동생과 어머니가 달려와 말렸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다른 가족들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동생은 아랫입술에 흉기를 맞아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깊은 열상을 입고, 어머니는 손이 베이고 뒤로 넘어지면서 골절상을 입었다.

아버지는 응급 이송돼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안면부와 목 부위에 심각한 자상을 입어 자칫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

A 씨는 왜 아버지를 공격했을까. A 씨는 평소에도 아버지를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A 씨의 피해의식이 컸다. A 씨는 두 살 많은 형이 어릴 때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부터 아버지가 자신에게 차갑게 대한다고 생각했다. 동생이 태어나고 나선 더더욱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꼈다.

특히 A 씨는 아버지의 '한숨'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자신을 볼 때마다 한숨을 자주 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족이 다 들어주지 않으면, A 씨는 갑자기 돌변해 어머니와 동생에게 "아버지를 죽여버리겠다"고 이야기하거나 물건을 부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사건 발생 몇 개월 전인 2024년 여름엔 부산 원룸에서 화장실 거울 등을 부수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살인할 고의가 없었고,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14세 무렵부터 우울증, ADHD 등으로 총 129회의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점도 내세웠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이동식 부장판사)는 존속살해미수 및 특수존속상해 혐의를 받는 A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했다.

재판부는 "아버지를 살해하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말리려던 어머니 및 동생에게도 상해를 입힌 패륜적 범죄"라며 "A 씨가 범행 당시의 상황 등에 관해 자세하게 진술하는 등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심신미약 상태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