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 동생의 '유령 공익재단'…金 대신 정치권 쪼개기 후원했나

재단·협회 급여 세탁 후 정치인들에 300만 원 이하 후원 의혹
김경 측 "존재하지도 않는 재단, 김경 관여했단 주장 어불성설"

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29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추가 소환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1.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권준언 기자 = 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친동생의 '유령 공익재단'을 통해 정치인들에게 쪼개기 후원했단 의혹이 나왔다. 이에 따라 김 전 시의원이 공천 헌금뿐만 아니라 정치자금 후원을 통해 자신의 공천을 비롯해 각종 이권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3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시의원의 남동생 A 씨는 지난 2023년 11월쯤 B 재단과 C 협회의 설립을 추진했다. A 씨는 각각의 출연금으로 20억 원, 2000만 원을 내고, B 재단의 이사장도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B 재단 창립총회 참석 명부엔 김 전 시의원의 여동생 또한 이름을 올렸다.

B 재단은 △복지 자원 발굴·연계 사업 △지역사회복지 증진 사업 △민·관 협력 확대 및 복지공동체 조성 △사회복지 시설 운영 등을, C 협회는 △지역돌봄 복지 활동을 위한 조사 및 정책 연구 사업 △복지 사각지대 없는 지역 돌봄 등을 2024년에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B 재단과 C 협회는 등기도 하지 않았으며, 각각 설립 신고서에 적힌 사무실은 교육 관련 단체와 학원이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이들 사무실 주변 입주자들도 B 재단과 C 협회를 "모른다"고 했다. 특히, B 재단엔 김 전 시의원이 자기 소유 사무실을 무상으로 빌려준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B 재단과 C 협회가 공식적인 사업계획 외에 별도의 목적을 가진 '유령 재단'일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시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뿐만 아니라, 2023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여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건넨 의혹을 받는다.

C 협회 설립 신고서에 적힌 서울 동대문구의 사무실 모습. 2026.1.23/뉴스1 ⓒ News1 권준언 기자

B 재단과 C 협회의 이사, 회원, 계약직 등에 급여 명목으로 300만~700만 원을 입금한 뒤 '급여가 잘못 들어갔다'며 차액을 특정 계좌로 돌려받는 식으로 자금을 세탁한 뒤 정치인들의 후원 계좌로 넘기는 수법의 '차명 후원'을 했단 것이다. 실명 공개를 피하기 위해 300만 원 이하로 쪼개기 후원했단 얘기도 흘러나온다. 정치자금법은 타인 명의를 빌리거나, 여러 명으로 나눠 후원금을 기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같은 방식으로 B 재단과 C 협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단 정치인들의 구체적인 이름들도 거론된다. 이에 따라 경찰이 조속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 씨 등이 이끈 가족회사들은 김 전 시의원이 맡는 시의회 상임위원회 소관 서울시 및 시 산하단체의 사업을 수의계약 등으로 수주한 의혹도 제기돼 있는 상태다.

다만, 김 전 시의원 측은 "B 재단과 C 협회는 비영리재단으로 설립된 사실이 없다"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재단에 김 전 시의원이 관여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김 전 시의원은 전날 4번째 경찰 조사에 임하기 전 기자들과 만났으나, 관련 의혹을 묻는 말에 답하지 않았다.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임의제출받은 컴퓨터에서 추출한 녹취 파일을 토대로 김 시의원의 정치권 불법 후원을 수사 중인 경찰은 우선 B 재단 및 C 협회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살펴본 뒤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