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커칠' 성신여대생 압색에 민원총공까지…"과잉수사" vs "원칙수사"

압색 학생 "생리혈 닦아 보여줘야 했다"…경찰 "사실 아냐"
법조계 "학교가 학생 처벌 원해서…재물손괴 압색, 이례적"

X(옛 트위터) 갈무리

(서울=뉴스1) 신윤하 유채연 기자 = 래커칠 시위를 한 성신여대 학생들이 압수수색을 당한 가운데, 경찰의 과잉수사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대학생의 래커칠 시위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압수수색을 당한 학생은 이번 강제수사에 대해 "아동 성범죄자보다 더한 취급을 받았다"며 공론화에 나섰고, 온라인에선 경찰이 과잉수사를 했다며 민원 총공(총공격) 운동이 벌어졌다. 반면 경찰은 혐의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정당한 강제 수사였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재물손괴 혐의에 대한 강제수사가 벌어진 건 이례적이라면서도, 결국 학교가 아직까지 학생들의 엄벌을 원하는 상황이라 수사가 불가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가 학생에 대해 고소를 자제하거나 금방 취하했던 타 학교 사례들과는 달리, 성신여대의 갈등은 학생에 대한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압수수색 학생 "생리혈 닦아 보여줘야 했다"…'과잉수사 논란'에 민원 총공도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의 '성신여대 압수수색 공론화' 계정은 지난 19일 "제 친구가 부당하게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압수수색 당시 정황을 설명하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지난 15일 성북경찰서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성신여대 학생 A 씨는 당일 아침잠을 자던 중 문을 두드리며 '당장 문을 열지 않으면 강제로 열겠다'라는 남자 목소리를 들었다. 문을 연 뒤엔 경찰관 5명이 들어와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A 씨는 생리혈이 새서 화장실에 가려고 했는데, 남성 경찰관에게 생리혈을 닦아 보여줘야 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너무 수치스럽고 공포스러웠다"며 "아침이 되면 문을 미친 듯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릴까 불안해 매일 약에 의존해 잠든다"고 했다.

A 씨는 학내 시위를 했다고 압수수색을 하는 건 경찰의 과잉수사라는 입장이다. 그는 "변호사가 '자택 압수수색은 보통 아동 성범죄자 정도 돼야 나오는 것으로, 이번 상황이 너무나도 이례적이고 전례 없는 과잉수사로 보인다'고 했다"며 "아동성범죄자보다 더한 취급을 받는 게 믿기지 않고 너무 힘들다"고 적었다.

이에 온라인에선 학생이 이미 경찰 조사에 응한 상황에서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건 지나치다며 '민원 총공'이 벌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는 방법과, 성북 경찰서에 전화로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압수수색 상황을 설명한 A 씨는 전날(20일) 기준 3만번의 리트윗과 2만 2000개의 공감을 얻었다.

경찰 "A 씨 주장 사실 아냐, 남경은 집에서 나와…압색, 원칙대로 수사한 것"

하지만 경찰은 생리혈을 남성 경찰관에게 보여줘야 했다는 A 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생리혈을 닦아서 남성 경찰관한테 보여주게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A 씨가 생리를 시작했다고 해서 남성 경찰관 3명은 집에서 나오고 여성 경찰관 2명이 남았다"고 말했다.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해선 원칙대로 수사에 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원칙대로 수사를 했다"며 "저희는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을 뿐이고, 압수수색 집행 과정을 동영상 자료로 다 찍는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는 성신여대가 학생들을 고소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학생들은 학교가 국제학부에 남성 지원자의 입학을 허용한 것에 반발해 2024년 11월 캠퍼스 내에서 래커칠 시위를 벌였고, 학교 측은 5개월 후인 지난해 4월 재물손괴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래커칠 시위가 타 여대에서도 있었지만 이와 관련해 경찰의 강제수사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동덕여대도 마찬가지로 남녀 공학 전환에 반발해 래커칠 시위를 한 학생들을 고소했지만, 6개월여 만에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재물손괴 혐의가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은 학교의 고소 취하에도 동덕여대 학생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나가긴 했지만,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않았다.

성신여자대학교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이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돈암캠퍼스에 국제학부 남학생 입학 규탄 게시물이 붙어 있다. 2024.11.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법조계 "재물손괴로 압색, 법적으로 가능하지만…일반적이지 않아"

법조계는 재물손괴 혐의로 압수수색까지 하는 게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압수수색은 수사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다른 방법으로 증거 확보가 곤란해 강제수사가 필요하고 범죄 혐의의 상당성이 인정될 경우에 법원의 심사를 거쳐 영장이 발부된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만큼,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클 때만 압수수색이 이뤄진다.

그 때문에 강력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재물손괴는 통상 고강도의 강제수사까지는 동원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증거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집행이 재물손괴 사건에서도 가능하긴 하지만, 혐의의 중대성을 따졌을 때 일반적이진 않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재물손괴가 사람이 다치는 범죄는 아니다 보니 자택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것이 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준영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재물손괴가 큰 범죄는 아니기 때문에 통상 이 혐의로 바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재물손괴 혐의에도 증거 확보를 위해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될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대자보를 만들고 래커칠을 한 정도 가지고 압수수색을 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은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학생과 이례적인 전면전 나선 성신여대…"학교가 처벌 원하니 수사도 고강도로"

법조계는 성신여대가 학생들을 처벌하기를 아직 바라고 있고 양측이 원만히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압수수색까지 집행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변호사는 "결국 재물손괴 사건에선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합의가 중요한데, 성신여대의 경우엔 합의가 안 되고 있어 수사 강도도 높아진 것"이라며 "동덕여대의 경우 학교가 학생들에 대해 고소를 취하했지만, 성신여대는 학생과 합의를 안 해주고 처벌을 아직 원하는 상황이니 경찰 수사가 더 고강도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뿐만 아니라 성신여대가 학생을 상대로 고소전을 끌고 가고 있는 사실 자체도 이례적이다.

과거엔 학내 사안은 소통을 통해 풀어야 하는 것이고, 법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는 인식 속에서 학생에 대한 학교의 전면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고소를 하더라도 금방 취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생이 졸업해도 결국 해당 학교의 일원으로 남게 되는데 학교가 나서서 학생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냔 문제의식도 법적 대응을 자제하는 데 힘을 실었다.

정 변호사는 "학내 시위는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와 연결되는 사안이라, 학측이 문제 삼더라도 결국 원만히 합의하는 게 보통의 경우"라고 설명했다.

앞서 동덕여대의 경우엔 학측이 법적 대응에 나서자 교수들이 "학생을 상대로 전면전을 치러선 안된다"며 "학생들의 행동이 거칠고 성급하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가 품고 졸업시켜 종국에는 동덕의 일원으로 남을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가 이렇게 전면전을 치를 줄은 몰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성신여자대학교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이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돈암캠퍼스에서 국제학부 남학생 입학 반대 대규모 시위를 하고 있다. 2024.11.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