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온도 '2.2도' 쪽방촌…"불 날까 전기난로도 편히 못 튼다"

'대한' 강추위에 속수무책…잠 못 드는 주민들
수도 얼어 일주일에 샤워 한번…"겨울엔 못 씻어"

20일 찾은 서울 종로구 돈암동 쪽방촌에 위치한 박동명 씨(58)의 방. 온도계 숫자가 영상 2.2도를 표시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서울 기온은 영하 12도였다.2026.01.20/뉴스1 ⓒ News1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대한(大寒) 한파가 찾아온 20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과 용산구 동자동 일대 쪽방촌 골목은 한산했다. 강추위에 주민들 대부분은 추위를 피해 방 안에 머물고 있었다. 밖으로 나온 이들도 연신 "너무 춥다", "왜 이리 춥나"고 말하며 뜨거운 인스턴트 커피를 홀짝였다.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당일 오전 8시 기준 서울 기온은 '영하 12도'였다.

강추위에도 돈의동 쪽방에 사는 박동명 씨(58)가 겨울을 버티는 난방기구는 전기장판 하나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실내인데도 찬 기운이 먼저 느껴졌다. 박 씨는 이불 속에 몸을 묻은 채 대화를 이어갔다. 패딩은 물론 모자와 마스크도 벗지 않은 상태였다.

취재진이 박 씨 방 한편에 놓은 온도계 숫자는 점차 내려가더니 '2.2도'에서 멈췄다. 문을 닫은 상태였다. 박 씨는 "보일러 (가동)하면 돈이 드는데 그거 해달라는 것도 어느 정도지. 정장 바지에다가 담요 덮고 그렇게 잔다"고 말했다.

그는 양발을 내보이며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동상 걸려서 병원에서 1년 6개월 있었다"고 말했다. 발에는 발가락이 없었다. 박 씨는 "하도 바깥에서 자 봐서 버틸 만하다"고 웃어 보였다.

전열기구가 있더라도 화재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주민도 있었다. 인근 쪽방 2층에 사는 김 모 씨(60대)는 전날 잠을 설쳤다. 김 씨의 방에도 보일러는 없다. 전기난로가 하나 있지만 밤새 켜두기는 겁이 난다고 했다.

김 씨는 "불 나서 나만 죽으면 몰라도 애먼 사람 죽으면 안 되지 않냐"며 "난로가 신경 쓰여 잠을 잘 못 잤다"고 말했다. 그는 짐을 들고 방을 나서며 "잠을 못 자서 그런지 힘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식당도 강추위에 피해를 입었다. 돈의동 쪽방촌 안 주민협동회가 운영하는 '마을식당' 앞에는 안내문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배수관 파열로 공사를 해야 하기에 마을식당 운영을 당분간 중단합니다. 양해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바닥엔 물이 흥건했다. 한파로 배수관이 얼어 물이 역류한 탓이다.

20일 찾은 서울 종로구 돈암동 쪽방촌에 위치한 '마을식당'이 문을 닫은 모습.2026.01.20/뉴스1 ⓒ News1 권준언 기자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만난 서동권 씨(62)도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서 씨는 올해로 9년째 쪽방에 살고 있다고 했다. 서 씨가 사는 건물 공용 세면장 수도는 꽁꽁 얼어 있었다. 수도 손잡이를 돌려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고, 바닥 대야에 고여 있던 물도 그대로 얼어 있었다. 서 씨는 "여름에나 샤워를 하지 겨울에는 여기서 못 씻는다"며 "(집주인에게) 5년째 말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고 말했다.

서 씨는 한 달에 4장 나오는 목욕탕 쿠폰으로 일주일에 한 번 씻는다고 했다. 몸이 좋지 않아 찬물로는 씻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 사고를 당했는데 날이 추우면 다리에서 삐거덕 소리가 난다"면서 "손에 마비가 와서 손에도 찬 물이 닿으면 안 된다"고 했다.

서 씨의 방도 두 평 남짓이었다. 보일러는 바닥 절반에만 들어왔다. 웃풍도 강해 문 근처 공기는 유독 차가웠다. 서 씨는 "어제도 2시간밖에 못 잤다"고 했다. 집 밖을 나서던 그는 맨발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서 씨는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라 동상에 걸릴까 봐 양말을 안 신는다"고 말했다.

20일 찾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이 위치한 건물 계단에 고드름이 얼어있는 모습. 2026.01.20/뉴스1 ⓒ News1 권준언 기자

건물 계단에는 고드름이 매달려 있었다. 고드름에서 떨어진 물이 얼어 바닥은 얼음판이 됐다. 예전에 사고를 당해 거동이 불편하다는 서 씨는 집 밖을 나서며 계단 손잡이를 꽉 잡았다. 그는 "겨울에는 추워서도 그렇고 길이 미끄러워서 돌아다니질 못한다"며 "며칠 전에도 공원에 있는 공용 화장실을 가다가 미끄러져 큰일 날 뻔했다"고 전했다.

질병관리청의 '2025-2026절기 한랭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한랭질환자는 215명이며,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지난 19일 오후 9시를 기해 서울 전역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됨에 따라,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하고 한파 종합지원상황실을 중심으로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시는 거리 노숙인, 독거 어르신 및 쪽방촌 주민 등 2만 2984명을 대상으로 안부 확인과 임시 주거, 응급 잠자리 등 조치에 나섰다.

20일 찾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이 위치한 건물의 공용 세면장의 모습. 수도가 동파돼 물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2026.01.20/뉴스1 ⓒ News1 권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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