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얼빠진 사자명예훼손" 지적에도 혐오 시위…정의연 "법 개정"
정의연 "피해자 명예훼손 처벌토록 상반기 안에 법 개정해야"
경찰, 위안부 혐오 시위 집중 수사…전문가 "사자명훼 인정 어려워"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7일 새해 첫 수요시위를 열고 위안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같은 날 인근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난하는 극우 성향 단체의 집회도 열리면서 소란이 빚어졌다.
경찰은 이재명 대통령이 위안부 혐오 시위에 대해 비판한 직후, 혐오 시위를 열어온 시민단체 대표 등에 대한 사건을 병합해 집중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현행법상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에 마스크를 씌우고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발언이 사자 명예훼손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분출된다.
정의연은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열고 "3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피해자들과 국내외 정의로운 시민들은 일본 정부를 향해 한결같은 목소리로, 전쟁범죄 인정·진상규명·공식 사죄 등을 외쳐왔다"고 밝혔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이 이루고자 했던 것은 단지 개인의 명예 회복이 아니라 인권이 존중되는 세상,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었다"며 "일본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수요시위에서는 전날(6일) 이재명 대통령이 X(구 트위터)에서 위안부 피해자 혐오 시위에 대해 "얼빠진 사자명예훼손"이라고 한 발언이 언급됐다.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회를 맡은 강경란 정의기억연대 연대운동국장은 "이 대통령이 '얼빠진 사자명예훼손'이라 하셨는데 저쪽의 시끄러운 (혐오 시위대) 분들이 2019년부터 왔다. 햇수로는 7년째"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고 가능한 상반기 안에 빨리 개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도 "국내에서도 일본군 성노예제 범죄를 부정하고 왜곡하고 축소하는 등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 명예훼손을 비롯해 소녀상 테러까지 도를 넘는 만행이 계속되고 있다"며 "위안부피해자법이 국민의힘의 반대에 막혀 개정되지 않고 있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요시위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8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후, 미야자와 기이치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1992년 1월 8일부터 열리기 시작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의 전신) 30여명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던 것이 수요시위의 시작이 됐다.
이날 수요시위가 진행되는 내내 극우성향 시민단체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촉구 시위가 인근에서 열려 소란을 빚었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동상 철거하라', '반일은 차별이자 혐오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 정의연 측과 물리적 충돌은 없이 집회가 종료됐다.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혐오 시위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이 대통령도 이를 지적하자, 경찰은 이날 관련 사건들을 병합해 전국적으로 평화의 소녀상 철거 시위를 벌여온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등을 집중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국가수사본부는 전날 김 씨 등에 대한 사건을 서울 서초경찰서로 이첩하란 공문을 보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행법상 평화의 소녀상에 마스크, 팻말을 씌우는 등의 극우 성향 단체들의 행위가 사자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의 행위가 개인이 아닌 동상 자체에 대한 행위인 데다가, 단체들의 발언이 특정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위안부'라는 집단을 향해 있어 특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김정환 아키텍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특정성이 없어 사자 명예훼손이 되기는 어렵다"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성매매 여성'이라고 말하는 발언 자체는 명예훼손이 될 수 있겠지만 위안부라는 다수 집단에 대한 발언을 한 것이라 특정성이 없어 명예훼손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물손괴로 인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위안부 동상에 마스크와 팻말 등을 씌운 게 동상의 효용을 저해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김정환 변호사는 "위안부 동상에 대해서 손괴 자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마스크를 씌워놓은 것 자체가 재물의 효용을 떨어뜨렸는지를 봤을 때, 손괴죄로도 처벌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병수 법무법인 논현 변호사는 "동상의 상징성과 효용을 해하는 것으로 평가해 형법상 재물손괴죄로 처벌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에는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평화의 소녀상 등 상징물을 훼손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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