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7명도 통일교 행사 축사…"한학자 총재 존경·감사"

2022년 통일교 관련 단체 축사…교단, 여의도 외 지자체장도 접촉
통일교 측 "사람 많은 자리, 얼굴 비추는 차원…거절한 분도 많아"

지난 2022년 2월 13일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초대 교주가 설립한 천주평화연합(UPF) 주최로 열린 '월드서밋 2022'에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PeacelinkTV 갈무리)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는 정치인이 관련 행사에 축사를 보내는 등 친분을 유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도 축전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는데, 통일교 측은 "축사를 보낼지 말지 결정하는 건 정치인"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2년 2월 천주평화연합(UPF)이 주최한 '월드서밋 2022'에 △박형준 부산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이용섭 전 광주시장 △송하진 전 전북지사 △양승조 전 충남지사 △이시종 전 충북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등 지자체장 7명이 축사를 보냈다.

UPF는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초대 교주가 설립한 단체로 사실상 통일교 계열로 분류되며, 지난 2006년부터 서울과 미국 뉴욕에서 월드서밋을 개최해 왔다. 월드서밋은 여러 국가 지도자가 모여 한반도 평화와 국제갈등 해결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행사를 표방한다.

그간 이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 훈 센 전 캄보디아 총리 등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 인사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22년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환영사를 하고, 2020년에는 이주영 당시 국회 부의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축사를 보낸 이들 대부분은 행사에 대한 의례적인 축하 인사를 보냈지만, 일부 지자체장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특정해 언급하며 "존경과 감사인사를 드립니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앞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2018년 9월 부산의 한 통일교 행사에서 축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정교유착'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 전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18년 9월 9일 통일교 행사 날은 제 고향 의령에서 벌초를 하고 있었다"고 일축했다.

전 전 장관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현역 의원 시절 각종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고 축사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며 곤욕을 치렀다. 다만 임 전 의원도 "상투적인 인사말"이라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정치인과 통일교 사이 불법적인 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지만, 그간 통일교가 국회와 지자체 등 정치권을 상대로 전방위적으로 친분을 쌓아왔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의혹에 대해 통일교 측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 국회의원이 인사를 하는 건 통상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통일교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많이 모여 있어 정치인들이 얼굴 비췄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축사 요청은 통일교에서 하지만 (여부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라며 "거부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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