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가 불러온 '김장조끼' 열풍…외국인 관광객까지 꽃무늬에 흠뻑
'김장조끼 성지' 남대문 시장…한 가게서 하루 20장꼴
따뜻한 안감·저렴한 가격 매력…전통시장과 '한국다운 유행' 조화
-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SNS에서 봤던 것 같은데 패턴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을 방문한 프랑스인 관광객 무드(28·여)는 뉴스1과 만나 "한국은 두 번째 여행이지만 이 재킷은 이번에 처음 본다"며 활짝 웃었다. 무드는 갈색 김장 조끼를 몸에 대보다 이내 옆 가게의 연분홍빛 조끼를 발견하고는 남자 친구를 재촉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머리에 히잡을 두른 외국인 관광객 5명은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작은 빨간색 김장 조끼를 들어 보이더니 멀리 있는 일행을 손짓으로 부르며 웃음을 터뜨렸다. 같은 자리에 잠시 뒤 일본인 관광객 두 명이 멈춰서 조끼를 구경했다.
이날 남대문시장 곳곳에는 'K-GRANNY VEST', '촌캉스조끼' 등의 글씨가 쓰인 팻말이 붙은 꽃무늬 김장 조끼가 걸려 있었다.
'촌스러움'의 대명사였던 꽃무늬 조끼가 복고 열풍을 타고 패션 아이템으로 거듭나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매월 검색량이 1000건 이하이던 '김장 조끼'의 올 11월 검색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배 늘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아이돌들의 착용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지며 재래시장에서 김장조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초록색 김장 조끼를 입은 상인 홍 모 씨(50대·여)는 "하루에 20장 이상은 나간다"면서 "남대문 특성상 외국인이 더 많다. 중화권 외국인과 일본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홍 씨는 "그 나라 사람들한테도 이게 유행인 것 같다"면서 "우리 집에서 이 색 사고 우리 집에서 없는 색을 다른 집에서 사서 여러 가지를 (사)갖고 가더라"고 전했다.
가게 입구의 옷걸이를 김장 조끼로 가득 채운 또 다른 상인은 "작년부터 유행이었는데 올해는 (판매량이) 작년의 따블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만 원대였으면 좀 덜 나갔을 텐데 5000원이니까 수월하게 선물해 줄 수 있고 입힐 수도 있다. 외국인들도 할머니에게 선물하려 사 간다"고 말했다.
SNS에서는 일본어로 '하루모니춋키'(할머니조끼), 영어로 'kimjang vest'(김장 조끼)라는 태그가 붙은 영상들이 흔하다. 에스파 카리나, 블랙핑크 로제 등 한국 연예인이 김장 조끼를 입은 모습 소개도 빠지지 않는다.
댓글에서는 '명동에서 10000w(원) 남대문·동대문에서 5000w(원)'라고 소개하거나 '다이소에서도 살 수 있다'며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일시적으로 (김장 조끼가) 많은 사람한테 동시에 선택, 소비, 유행되는 시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 든다"며 "동시대 문화 코드 소비자의 일원이 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외국인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일상생활을 체험하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많이 작동되는 것 같다"며 "김장 문화는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와 관련돼 있고 최근 김장철이라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일종의 밈 같은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가정에서는 김장을 하고 전통시장에서는 김장 조끼를 실제로 팔고 있으니 더욱 외국인들이 전통시장에서 체험하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며 "전통시장 자체가 한국을 방문하면 반드시 가야 할 곳 중 하나가 된 것"이라고 했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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