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따르다 멈칫" "웬만하면 1차만"…작년 이어 올해도 조용한 송년 분위기

전문가 "2·3차 가는 분위기서 업무·개인 분리 문화 굳어져"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 앞에 송년모임 및 단체회식을 반긴다는 내용의 배너가 세워져 있다. 2024.12.1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강서연 기자

"선후배가 같이 오는 술자리 대화를 듣다 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술을 따르다가도 '멈칫'해요."

서울 성동구의 한 먹자골목에서 10년 넘게 전통주점을 운영한 A 씨는 15일 오후 10시쯤 연말 분위기를 설명하며 "모임이 확 줄지는 않았지만 왁자지껄한 느낌은 확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여파로 연말이 뒤숭숭한 데 이어, 올해는 경기 침체와 달라진 직장 내 문화로 송년회가 줄거나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A 씨는 "과거랑 비교하면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음식 위주로 먹는 손님이 많다"며 "송년 모임으로 온 손님들도 2명이 소주 1병도 비우지 않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같은 골목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50대 B 씨는 "작년 연말하고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면서 "요즘은 늦은 시간까지 마시기보다는 적당히 마시면서 얘기를 많이 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B 씨는 이어 "과거처럼 수십 명이 단체로 모이는 송년회 대신 10명 이하의 소규모 회식이 대부분"이라며 "요즘은 조용히 마시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영향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연말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발간한 '2025 서울시 소상공인 생활백서'에 따르면 폐업 사유 중 경기침체가 29.7%, 매출부진이 23.4%가 가장 많이 꼽혔다.

폐업을 고려하는 소상공인 비율은 2022년 14.4%에서 지난해 20.2%로 증가했고, 약 30%는 휴일도 없이 영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는 과거와 달리 인간관계가 직장 중심을 벗어나 개인 중심으로 바뀌는 흐름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옛날에는 업무 관계를 토대로 저녁에 2차·3차까지 가며 끈끈한 분위기였다"며 "요즘은 업무는 업무대로 하고 인간관계는 그와 분리되는 문화가 굳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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