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상인들 '청와대 복귀' 무덤덤…"빨리 이사해 시위 없어졌으면"

상권 주 고객 '대통령실 직원' 아냐…"용산 이미지 탈바꿈하길"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가게들의 모습. 2025.12.6/뉴스1 ⓒ News1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글쎄, 대통령실이 이사 가든 말든 여기 상권이랑은 별 상관이 없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앞둔 6일 서울 용산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 모 씨(62·남)는 "처음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이전했을 땐 반짝 매출이 올랐었지만 그 효과도 6개월을 채 못 갔다"며 "요즘은 대통령실 직원들이 이 근방에서 식사를 잘 안 하기도 하고, 이 근방이 이젠 대통령실 사람들로 굴러가는 상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오는 8일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순차 이전하는 가운데, 용산 인근 자영업자들은 집무실 이전이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용산에서 10여년간 식당을 운영한 이 모 씨(60·남)는 "대통령실 직원들이 식사하러 안 온 지 꽤 됐다"며 "이 근방이 최근에 젊은이들한테 소문나면서 평일 저녁, 주말엔 20~30대들이 많이 온다. 대기가 많아져서 그런가 대통령실 직원들은 안 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용산이 젊은층이 많이 찾는 '용리단길'로 유명해지면서 상권의 주 고객층이 바뀌었다는 얘기이다. 실제로 이날 용리단길뿐만 아니라 구 상권으로 꼽히는 대구탕 골목에도 20~30대 고객이 많았다.

식당 사장인 50대 박 모 씨(여)는 "구내식당이 생겨서인지 대통령실 사람들이 밖에서 식사를 안 한 것 같다"며 "지난해 김건희 여사나 공천 관련해서 논란 생길 때부터 직원들 발길이 많이 끊겼고, 정권 바뀌고 나서도 그렇게 대통령실 직원들이 많이 오진 않았다"고 했다.

용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장사가 전보다 안 된다면 그건 대통령실이 이사 가서가 아니라 경제가 안 좋아서라고 보는 게 맞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한 이후로 여기 매출이 다 반토막이 났었는데, 차라리 빨리 대통령실이 이사 가면 좋겠다. 괜히 시위대만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가 밤새 내린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다. 2025.12.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청와대 복귀에 따라 집회·시위가 줄어들 것을 기대하는 상인들이 적지 않았다. 용산의 이미지가 '대통령실'이 아니라 젊은이들에 친근한 '용리단길'로 완전히 탈바꿈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통령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30대 상인은 "탄핵 때는 말할 것도 없이 시위대가 많았고, 요즘은 대통령실에 뭐 요구하고 싶은 사람들은 다 전쟁기념관 앞에서 시위를 한다"며 "상인 입장에선 시위 소음 때문에 이 근처로 사람들이 괜히 나들이를 안 올까 봐 걱정됐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산의 이미지가 '대통령실'이 아니라 '용리단길'이면 상인들 입장에서 더 좋지 않냐"며 "이번에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가고, 용산은 소음 없이 그냥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이미지로 탈바꿈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용산 대통령실 인근 상인 김 모 씨(42·남)는 "고정적으로 오던 직원들이 점심 먹으러 안 오니까 어느 정도 타격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집회·시위 사라지고 소음 없어지는 게 더 좋다"고 했다.

청와대 이전은 이르면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르면 대통령은 세종 집무실이 건립될 때까지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사용하게 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세종 집무실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