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AI 부정행위' 대책 부랴부랴…적발자 징계는 아직

고려대, '트러스트 록' 도입…부정행위자 특정은 미지수
연세대도 아직 사실관계 조사…서울대 "개인적 일탈"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의 모습. 2024.5.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한수현 강서연 기자 =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에서 AI(인공지능)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벌어진 가운데, 각 대학이 장·단기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에 대한 징계 절차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고려대는 부정행위가 발생한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고령사회)의 기말고사에 문항 수를 기존 35개에서 100개가량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화면 공유와 다른 프로그램 실행을 방지하는 '트러스트 록'(Trust Lock) 기능을 도입하고, 실시간 무작위 모니터링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고려대는 이 수업의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화한 바 있다. 성적 평가는 보고서와 기말고사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같은 조치는 논란이 불거진 고령사회 수업에만 적용된다. 고려대는 향후 유사한 부정행위 재발을 막기 위해 AI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할 구체화하겠단 방침이다.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고려대는 원격교육센터, 대학행정팀, 해당 수업 교수진이 이번 부정행위를 몇 명이나, 어떤 방식으로 저질렀는지 조사하고 있다. 사실관계 조사 후 징계위원회를 꾸릴지 검토하겠다는 게 고려대 측의 설명이다.

다만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진 미지수다. 징계 전 사실관계 조사부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려대 고령사회 수업은 1400여 명이 수강하는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지난 10월 일부 학생이 시험 도중 오픈채팅방에서 문제 화면을 공유하며 부정행위를 했다. 해당 수업과 관련된 오픈채팅방만 10개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오픈채팅방 특성상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을 모두 특정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여개의 오픈채팅방에 중복돼 들어가 있는 학생들도 있어, 부정행위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사실관계 규명을 하는 것부터가 어렵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고려대 관계자는 "고려대의 기조가 불공정 행위엔 엄벌을 가한다는 것이고, 학교 규정에도 커닝 같은 행위는 학점, 성적을 다 박탈한다고 기재돼 있다"며 "조사는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전경.(고려대 제공) ⓒ News1 장성희 기자

AI 부정행위 논란의 시발점이 된 연세대는 윤동섭 총장이 최근 교무처 등에 AI 이용 가이드라인 강화 등 부정행위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연세대에선 '자연어 처리와 챗GPT' 수강생들이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챗GPT를 사용해 부정행위를 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 해당 수업은 600여 명이 수강 중인데, 교수는 50여명이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정행위를 의심받는 50여명 중 40여명은 자수했지만, 나머지 10여명에 대해선 아직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세대에서도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에 대한 징계위는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적발 학생에 대한 조치는 교수에게 일임하고, 이후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징계위에 부칠 수 있다는 게 연세대 측의 입장이다. 적발 학생들은 중간고사 성적을 0점 처리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 관계자는 "아직 해당 수업 교수님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인 상황이라 학교 자체에서 징계위원회 등을 꾸리는 건 없다"며 "일단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10여명의 진술을 확인한 후 조치를 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에선 지난달 치러진 교양 과목인 '통계학 실험'의 1개 분반 중간고사에서 일부 학생의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확인됐다.

이 강의는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교양 강의로, 30여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대면 수업이다. 해당 중간고사도 강의실 내 비치된 컴퓨터를 이용해 대면 방식으로 치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는 해당 분반만 재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집단적 부정행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고, 적발 학생의 개인적 일탈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서울대 측 설명이다.

서울대는 AI 윤리 가이드라인 제정 TF를 지난 8월 구성해 가이드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내 의견 수렴 및 전문가 자문 등의 절차를 포함하여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부정행위 적발 학생의 경우 근신, 정학, 제명 등 다양한 수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서울대 학칙 제98조는 학생이 본분에 어긋난 행위를 했을 때 징계할 수 있으며 근신, 정학 및 제명 등 조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은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정문 모습. 2025.11.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