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7만% 이자 '불법 사금융 늪'…잘나가던 의사도 병원 문 닫았다
"150만원 빌려 이자 3000만원"…500여명에 수십억 갈취한 일당
직장서 해고, 채무 사실 알려져 파혼 당한 남성 등 피해자 다수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하루 200만원 넘는 연체 이자를 요구하는 그들을 잡아주세요"
벼랑 끝에 서 있던 의사 A 씨는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수사관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한때 잘나가던 전문의였던 그는 결국 불법 사금융의 늪에 빠져 병원 문까지 닫게 됐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병원을 운영하던 중 급전이 필요했다. 지난해 9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본 '소액 대출' 광고를 보게 된 그는 '20만~30만 원도 가능하다'는 문구에 혹한 나머지 비대면으로 150만 원을 빌리게 됐다.
'신용에 영향이 없다'는 말에 속아 개인 정보와 통장 내역, 지인 연락처, 대출 사실을 직접 인증하는 영상까지 전달했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대부업체는 일주일 안에 원금의 두 배를 갚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A 씨는 그럴 여력이 없었고, 매일매일 원금의 40%가 연체 이자로 붙었다. 법정이자율(연 20%)을 한참 넘어서는 불법 고금리였다.
결국 돈을 갚지 못하자 "당신 얼굴이 포털사이트에 떠 있다"며 의사 가운을 입은 A 씨의 사진을 보내는 등 협박과 함께 병원 앞에 현수막을 걸어 영업을 못하게 하겠다는 위협도 이어졌다.
겁에 질린 A 씨는 대출금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대출을 받았고, 그 과정이 반복되며 총 9차례 2150만 원을 빌렸다. 결국 원금보다 많은 3000만 원이 넘는 이자를 냈지만 여전히 수천만원대의 빚은 줄어들지 않았다.
극심한 압박에 시달린 A 씨는 수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결국 병원 문을 닫았다.
A 씨는 경찰수사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루 240만 원의 연체 이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협박이 두려워 죽음을 생각할 만큼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급전이 필요한 사회초년생, 주부 등을 상대로 소액 대출을 해준 뒤, 최대 7만 3000% 고금리 이자를 받아 수십억 원을 갈취한 일당 29명을 검거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2024년 6월~2025년 7월 경기지역 내 불법 대부업 운영을 위한 사무실을 마련한 후, 사회초년생과 유흥업소 종사자 등 533명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고 연 238%~7만3000% 고금리 이자를 취해 18억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SNS에 얼굴이 공개되거나 지인에게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렸다. 채무 사실이 예비 신부에게 알려져 파혼한 남성도 있었고, 직장 동료에게 추심문자가 퍼지면서 해고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이나 지인 연락처를 요구하거나 법정이자율을 초과하는 비대면 대부업체는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며 "피해를 입었다면 금융감독원의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통해 대부계약 무효 소송 등 구제 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khj80@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