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바가지 논란 그 후…상인회 "상인 잘못 99.9%지만 억울"

"유튜버가 처음부터 '순대만 달라' 정정했어야…돈벌이 한 듯"
문제 노점 제재 결정은 상인회 몫…10일 영업정지 처분

10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바가지 논란이 불거진 한 노점이 천막으로 덮여 영업을 하지 않는 모습. 2025.11.10/뉴스1 ⓒ News1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상인이 논란의 1차적인 원인을 99.9% 제공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해가고 더 나은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바가지 논란이 불거진 광장시장의 상인회는 11일 뉴스1에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상인회 측이 '유튜버가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는 취지로 언론 인터뷰를 해 논란이 격화한 후 처음 밝힌 입장이다.

다만 상인회 측은 여전히 "억울한 점도 있다"고 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99.9%는 우리 상인에게 책임이 있더라도, 유튜버도 주문한 것과 달리 순대에 고기까지 나왔다면 처음부터 '순대만 달라'고 정정했어야 한다"며 "바가지는 (돈을 더 받겠다고) 의도적이어야 하는데, 상인은 의도적이었다고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상인회는 해당 유튜버가 상인회 측과 대화를 하지 않고 영상을 올린 것에 유감을 표했다. 관계자는 "그 분이 힘이 있는 유튜버인데 우리와 대화를 해볼 수 있지 않았냐"며 "그 분이 전통시장을 사랑한다 했지만 사랑한 것 같지 않고, 자기 돈벌이 하기 위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회는 논란이 된 노점에 대해 이달 10일부터 19일까지 10일 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종로구, 노점실명제 시행 방침…문제 노점 '제재 수위 결정'은 오로지 상인회 몫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전통시장의 노점들에서 과요금·불친절·위생 문제가 불거질 경우에도, 시장 상인회의 자체 규정에 따른 징계 이외엔 달리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인회가 '바가지가 아니다'라고 인식하면, 징계 조치도 미비할 수 있단 뜻이다. 노점을 제도권 내에서 관리해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151만 유튜버 '이상한 과자가게'가 올린 쇼츠 영상에는 8000원짜리 순대를 달라고 하자, 광장시장 노점 상인이 1만 원을 요구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상인은 "고기랑 섞었잖아, 내가"라고 말하며 1만 원을 달라고 주장했다. 유튜버는 고기랑 순대를 섞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방법은 주문한 것과 다른 것을 내놓은 뒤 가격을 올려받는, 잘 알려진 바가지 수법이다. 온라인에선 몇 년 전부터 광장시장에서 이런 수법이 많은 점포에서 이뤄지고 있단 지적이 제기됐다. 고기만두를 시켰는데 김치만두와 섞어준 후 2배의 가격을 받거나, 순대에 고기를 섞어준 후 더 비싸게 받는 식이다.

유튜브 '이상한 과자가게' 캡처

광장시장 논란이 불거진 후 종로구는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의 신원을 등록하고 관리하는 '노점실명제'를 통해 상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2월까지 노점에 대한 점용허가를 부여하는 '도로 점용 허가'와 함께 노점실명제를 시행하겠단 방침이다.

노점들은 먹거리를 취급하고 있지만 식품위생법상 영업 허가가 나지 않아 사업자 등록도 안 된다. 식품위생법상 불법이라 관리 대상도 되지 못했던 것이다. 구청은 시장에서 이 노점들에 도로법상 점용 허가를 내주고 상인 신원을 등록함으로써,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겠단 계획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상인 분들에게 왜 이런 관리를 해야 하는지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적 사항들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지금 당장 문제가 된 노점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문제가 불거지다 보니 내년 1월부터는 저희가 세분화해서 직접 조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발견된 노점들에 대해서 구청이 직접적으로 제재할 수 없는 현재, 불친절, 위생, 과요금 문제 등 노점을 제재할 수 있는 건 상인회뿐이다. 상인회가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 서로 친분이 있는 상인회 특성상 공정한 제재가 힘들단 우려가 나온다.

바가지 안 씌우는 양심 노점 상인은 울상…"논란 터지면 매출 확 줄어"

바가지 논란은 소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다른 양심적인 상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취재진이 전날(10일) 광장시장에서 음식을 주문하자 이번 논란을 의식한 듯 바가지 수법을 사용하지 않는 점포들이 대다수였다.

한 상점에서는 "순대 하나 달라"고 하자 "순대가 모듬순대, 그냥 순대, 내장 섞은 순대가 있는데 다 가격이 다르니 하나를 정해서 말씀해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또 다른 상점에서 만두를 주문할 때도 '믹스'(종류를 섞어서 가격을 더 받는 것)를 권하거나 메뉴판과 다른 가격을 부르지 않았다.

일부 상인의 바가지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게 억울하단 상인도 있었다.

광장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렇게 논란이 불거지고 나면 매출이 확 줄어 평소의 50%에 그칠 때도 있다"며 "저는 절대 그런 사기를 안 치는데, 일부 상인들의 잘못 때문에 생업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10일 '양심 점포'로 알려진 광장시장의 한 점포 모습. 2025.11.10/뉴스1 ⓒ News1 신윤하 기자
"섞어주겠대서 그러지 말라고 말씀"…'양심 점포' 알아오는 관광객도

광장시장을 방문한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각기 다른 경험을 털어놨다. 친구와 시장을 찾은 김영식 씨(32·남)는 "지방에 사는 친구가 광장시장에 와보고 싶다해서 오긴 했는데, 바가지 논란 영상을 본 뒤라 걱정이 컸다"며 "떡볶이 하나, 순대 하나를 시켰는데 '섞어서 주겠다'고 하셔서, 급하게 섞지 말고 7000원짜리로 달라고 정정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온 한 20대 관광객은 "낙지를 먹은 노점에선 우리에게 친절했지만 다른 노점에선 '떡볶이는 안 필요하냐'며 권유했다"며 "단순 권유일 수도 있지만 좀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냥 떡볶이도 시키게 됐다"고 전했다.

가격을 올려 받지 않는 '양심 점포'를 찾아 왔다는 외국인도 있었다. 캐나다 출신의 달시 씨(35·남)는 "한국인 친구가 가격을 올려받지 않는 착한 가게를 찾아서 보내줬다"며 "친구가 말해주기 전엔 몰랐는데, 광장시장에서 그런 (바가지) 수법이 이뤄지고 있단 게 슬프고 놀랍다"고 했다.

대부분의 노점에서 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점도 여전히 불편한 점이었다. 일본에서 온 미츠키 씨(28·여)는 "카드 결제 되는 줄 알고 앉았는데 'Cash Only'(현금 결제만 가능)라고 적힌 걸 보고 급하게 나왔다"며 "상인분들의 표정이 안 좋아서 눈치가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 전통시장들의 노점을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외국인이 많이 오는 광장시장 특성 상 바가지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국내에서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관광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관할 구청에서 철저히 제도적으로 노점의 바가지 문제 등을 방지하는 방법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