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말린에 뒤범벅된 아기 시신…도쿄가 뒤숭숭[이세별사]

편집자주 ...국내를 비롯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기묘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소설처럼 정리해 전해드립니다. 현실보다 낯선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생각하지도 못한 사건이 많습니다. '기묘한 세상!' 세상에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났습니다. 뉴스1은 이 세상 별 사건을 소개하는 '이세별사'를 싣습니다.

ⓒ News1 DB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한 철거 현장에서 신생아 시신이 발견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시신은 나체 상태였으며 포르말린에 절여져 있었다. 포르말린은 동식물 표본이나 해부학 실습용 시신 보존에 쓰이는 강한 화학물질로 자연 상태에서 시신이 이런 상태로 발견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사건은 지난 29일 오후 2시 5분 발생했다.

도쿄 시부야의의 한 공동주택 철거 현장에서 중장비로 지반을 파내던 중 한 작업자는 "정화조 안에서 아기 정도 크기의 시신 같은 것이 나왔다"는 신고 전화를 걸었고, 몇시간 뒤 경찰이 출동했다.

신고를 받은 경시청은 현장의 참혹함에 즉시 수사관을 투입했다. 정화조 내부에서 발견된 젖은 상태의 신생아 시신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가장 의아한 것은 시신 주변의 깨진 유리병 조각과 액체가 흘러 있는 흔적이었다. 과학수사팀은 이 액체를 포르말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밀 감정에 착수했다.

혀건 현장은 요요기우에하라역에서 약 500m 북동쪽에 자리한 주택가였다. 철거 중인 건물은 오래된 공동주택으로 현재는 지반 정리 단계에 있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과거 이 부지에는 산부인과 병원이 있었다. 경찰은 오래전 이 일대에서 운영되던 의료기관과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며 단순 유기가 아닌 의료 표본이나 병원 보관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시신은 외상 흔적이 거의 없었으며 피부 변색이 적고 형태가 잘 보존돼 있어 사망 후 상당 기간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부패가 진행되지 않은 점으로 보아 방부 처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의료적 목적이 있었는지 혹은 범죄 은폐 목적이었는지 여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일본 내에서 과거 발생했던 유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2018년 도쿄의 한 낡은 주택을 개보수하던 중 흰색 유리병 속에 보존된 신생아 시신 여러 구가 발견된 적이 있다. 당시 주택은 오랫동안 비어 있었고, 이전 거주자가 산부인과 의사로 확인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다. 경찰은 당시 시신들이 포르말린으로 추정되는 액체 속에 절여져 있었으며 일부는 탯줄이 붙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번 시부야 사건 역시 시신이 보존 처리된 채 유리병과 함께 발견됐다는 점에서 동일한 양상을 띠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표본 관리 체계의 허술함을 지적하고 있다. 병원이나 연구소가 폐업할 때 표본이나 보존용 시신을 법적 절차 없이 방치하거나 폐기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의대 교수는 "법적으로는 시신이 연구 목적이든 아니든 일정한 절차를 거쳐 화장나하거나 매장해야 하지만 오래된 개인병원에서는 이런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은 그런 관리 부실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도쿄 경찰은 현재 시신의 DNA를 분석해 생모와의 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발견 현장 주변의 토양과 액체 잔류물에서 화학 성분을 채취해 정확한 보존 상태를 조사 중이다. 또한 해당 부지의 과거 토지대장과 건물 등 기록을 로대로 실제로 산부인과가 존재했는지 당시 의료기록이 남아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오래된 의료 표본의 방치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관계자는 "시신의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해 일반적인 표본이라 보기 어렵다"며 "의료 목적 외의 의도가 있었다면 형사 사건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언론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의료 시설이 사라진 자리에 왜 신생아 시신이 남아 있었나"라는 의문과 함께 의료 폐기물 및 시신 관리 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부야 현지 경찰은 현장 주변 정화조와 배수로까지 추가 수색을 진행 중이며 이번 사건에 대해 "반드시 의도된 의료 행위였다면 진실을 규명할 것이고 위법의 흔적이 있다면 사건의 실체를 반드시 찾아내겠다"며 뜻을 밝혔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