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도 포기한 캄보디아 범죄수익 환수…'독립몰수제' 효과 있을까
올해 8월까지 보이스피싱 누적액 전년 동기 대비 91.4%↑
판결 전 범죄수익 몰수…캄보디아 등 초국적 피싱 사기에 효과는
-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제 피의자가 돈이 많길 바라야 할까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모인 한 단톡방에서는 "돈 받는 건 생각도 안 하고 있다"며 이같은 푸념이 나왔다. 피해자들이 모인 오픈채팅방, 포털사이트 카페 등지에서는 '돈을 받을 방법이 있겠냐'는 질문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캄보디아에서 스캠 범죄 등에 가담한 한국인을 1000~2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범죄 수익 몰수·추징을 위해 '독립몰수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족이 '모텔 셀프 감금' 사기로 2억 원가량의 피해를 당했다는 A 씨는 "금융감독원에도 가보고 갖은 노력을 해봤지만 손쓸 구실이 없다"며 "피해자들만 낙오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한 대면 편취 사칭 사기 피해자는 "경찰분이 '수거책 잡으면 일부는 운 좋으면 합의금이나 추후 민사 통해 일부 돌려받을 수는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상 보상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고 알고 있다"면서 "물론 진짜 범인은 캄보디아·태국 등 해외에 있어서 못 잡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보이스피싱 누적 피해액은 8856억 원으로, 지난해 총피해액인 8545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4626억 원)와 비교해 91.4% 증가했다.
정부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각종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고 시중은행 등 민간에서도 일부 힘을 보태고 있으나, 피해를 모두 구제하기는 어렵다.
매월 선착순으로 중위소득의 100% 이하에 해당하는 보이스피싱·메신저피싱·스미싱 피해자를 지원하는 '보이스피싱제로' 사업은 접수 시작과 거의 동시에 마감된다. 해당 사업을 후원하는 신한은행 측 관계자는 "차이가 있으나 매달 200~300명의 피해자가 지원받고 있다"면서 "매월 1일 접수하면 대부분 당일 마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죄 판결 확정 이전 범죄로 벌어들인 이익을 몰수하는 '독립몰수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행 형사제도 아래서는 신속하게 범죄수익을 몰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데 큰 한계가 있다"며 "현 제도상,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이 있어야만 범죄수익 환수와 피해자 환부가 가능하다"고 했다.
정 장관은 "수사를 통해 범죄수익이 특정되더라도 범죄자가 확인되지 않거나 해외로 도피해 기소할 수 없는 경우 이들이 취득한 이익을 몰수할 수 없는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면서 "개인의 유죄판결과 별개로 해당 수익의 불법성과 범죄와의 관련성을 입증하면 법원을 통해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독일 등 국가는 독립몰수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및 국제연합(UNCAC) 등 국제기구에서도 범죄 수익 환수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독립몰수제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관련해 김재윤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범인이 사망했거나 도망을 가서 검거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 등 범죄 수익이 확실한데 기소 자체가 어려운 사건들이 많다"며 "기소해서 확정판결을 받는 사이에도 범죄 수익은 계속해서 나온다는 거지 않나. 범죄 수익이 확실하면 몰수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법안이 만들어져도 실효성은 다른 문제"라며 "가장 큰 문제가 범죄 수익을 특정해야 하는데, 외국에 (피의자들이) 있다는 것. 공조가 필요할 것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도 "초국가적 범죄에 대해서는 독립몰수 결정을 내렸을 때 해당 국가의 법원에서 결정을 받아주고, 해당 업체가 이것을 수용할 것인지의 실효적 문제가 있다"며 "결국 외국에서 집행해야 하므로 사법 협조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김 교수는 "캄보디아 같은 국가에서 (협조가) 얼마큼 잘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일단은 근거 법률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와 캄보디아가 외교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것이 있기 때문에, 양측에서 얼마만큼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사법 협조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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