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서 3600㎞ 떨어진 캄보디아에서…韓대학생 마지막길 '적막'
유족 없이 고요하게 화장장…숨진 채 발견 72일 만에 부검
- 김종훈 기자
(프놈펜=뉴스1) 김종훈 기자 = 20일 오후 1시 40분쯤(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소재 턱틀라 사원에 나무로 된 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는 지난 8월 8일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국인 대학생 박 모 씨(22)의 시신이 담겼다.
현지 직원 3명이 박 씨의 관을 들고 화장장으로 옮겼고, 5분 만에 화장장 일대에는 나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강한 탄내에 일부 현지인들은 마스크를 쓰는 모습도 보였다.
경북 예천군 출신인 박 씨는 가족에게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범죄단지 내에 감금돼 폭행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 당국에 따르면 박 씨의 사인은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다.
박 씨가 고통 속에 숨진 채 발견된 지 73일 만에 치러지는 장례였지만, 그의 화장은 고요하기만 했다. 박 씨 가족도 현지에 방문하지 않아, 정장 차림의 정부 관계자들만 그의 마지막 길에 함께 했다.
화장장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치기를 반복하다 오후 3시 8분쯤 화장터 관계자들은 불에 타고 남은 그의 유해를 가지고 나왔다. 화장이 시작된 지 약 1시간 반 만이었다.
그렇게 박 씨는 자신의 고향인 경북 예천에서 약 3600㎞, 비행기로 5시간 넘게 떨어진 사원에서 화장 절차를 마쳤다. 그의 유해는 이날 밤 캄보디아에서 출발해, 다음날 한국시간으로 오전 7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35분쯤(현지시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약 3시간 동안 박 씨에 대한 부검이 진행됐다.
경찰청은 "부검 과정에서 앞서 문의가 많았던 시신 훼손은 없었음이 확인되었으며, 정확한 사인은 향후 국내에서 예정된 조직검사 및 약독물검사, 양국에서 진행 중인 수사 결과 등을 종합하여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신 훼손이 없었다는 건 일각에서 의혹으로 제기된 장기 적출이 없었다는 것으로, 고문에 의한 사망 등 외력에 의한 손상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시신에선 다수의 타박상과 외상이 발견됐다.
정밀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약 한 달 정도 걸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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