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에 로봇개·소방드론 등장…소방, '최첨단' 긴급구조 훈련
로봇·드론 활용해 사람 눈·손 닿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통제
"재난 대응, 단 한 번의 훈련으로 끝나지 않아…미비점 신속 보완"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대응 1단계 발령! 대응 1단계 발령!"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남문 근처에서 '2025 강남구 안전한국훈련 긴급구조 종합훈련'이 실시됐다.
이번 훈련은 오후 2시쯤 코엑스 남문 전시컨벤션센터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원인 미상의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상정해 진행됐다. 초기 진압에 실패하고 공조 시설 오작동으로 상층부 연소가 급격히 확대돼 다수의 구조대상자가 발생했다는 점도 전제됐다.
강남소방서와 강남구청·한국종합무역센터(WTC 서울)는 총 13개 기관에서 인력 334명과 장비 37대를 투입해 실전처럼 작전에 나섰다.
훈련은 최초 119 신고 접수 시점부터 시작됐다. 신고부터 지게차·탱크차·구급차 등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지휘부는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건물 상층부로 확산하는 것을 확인하고 '대응 1단계'를 즉시 발령한 후 긴급구조지원기관에 요청을 보냈다.
순식간에 대피소가 마련되고 강남보건소와 강남경찰서 수서경찰서 등 협력망이 구축됐다. 동시에 현장 인근에는 현장대응단과 강남구 재난 통합지원본부를 위한 천막이 각각 설치돼 지휘체계를 갖췄다. 신고 접수 이후 20여 분 내 이뤄진 일이다.
최첨단 장비의 활약도 돋보였다. 4개의 다리로 마치 개처럼 걷고 뛰는 로봇은 기기에 달린 카메라로 소방대원의 발과 눈 역할을 대신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화재 현장을 가까이서 감시·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또 상공에 투입된 소형 드론들은 건물 외벽을 촬영하며 화재 진행 경로와 혹시 모를 부상자의 위치 등을 감시했다. 업무용 대형 드론은 주로 집중 살수 작업 및 구호물자 전달 임무에 동원됐다.
소방대원들은 옥상으로 대피한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지게차·헬기를 통해 접근했다. 부상자 이송을 위해 로프를 몸에 두르고 건물 외벽을 타고 내려오는 '수직 하강 구조'를 시연하기도 했다. 건물 옥상에 있던 부상자가 응급차가 있는 지상으로 내려오는 데는 단 2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약 1시간 15분간의 훈련을 마친 강동만 강남소방서장은 "기존의 재래적 훈련에서 벗어나 로봇이나 드론 등 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소방이 미래 소방을 지향할 수 있도록 나아갈 방향의 갈림길에 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열기에 대한 한계, 연기에 대한 한계, 어둠에 대한 한계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로봇이다"라며 첨단 장비 활용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전기차 확대로 새로운 형태의 화재 위험이 늘어나는 상태"라며 "초기 대응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 대응은 단 한 번의 훈련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훈련에서 노출된 미비점을 신속히 보완하고 보다 현실적으로 적극적 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엑스에서는 지난 4월 25일 2층 식당 주방에서 불이나 1000명 이상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불은 2시간여 만에 진화됐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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