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에 탄 문화유산 '성북동 별서' 송석정…화재 원인 끝내 못 밝혀

현장 조사서에 조사 불가 결론…파괴 진화로 현장 보존 안 돼
인근 CCTV '먹통'…스프링클러·화재감지기 없었다

사진은 소방 당국이 지난 6월 30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문화유산 '성북동 별서' 송석정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공동취재) 2025.6.3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지난 6월 30일 서울 성북구 문화유산 '성북동 별서' 내 목조건물 송석정에서 발생한 화재가 '원인 미상'으로 결론났다. 소방과 경찰 등이 조사를 벌였지만 현장 훼손 등으로 화재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뉴스1이 입수한 현장 조사서에 따르면, 화재 당시 굴착기를 동원해 지붕을 해체하며 진화하는 과정에서 건물의 3분의 1 이상이 붕괴돼 증거물과 현장이 훼손됐다. 조사서의 '종합적 결론'에는 "증거물과 현장 보존의 훼손 등 불가항력으로 화재 원인 조사가 불가한 상태"라고 적혔다.

조사에 따르면 송석정 건물 내부에는 자동 소화설비가 갖춰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주변 폐쇄회로(CC)TV가 작동하지 않는 등 문화유산 내 화재 대비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CCTV는 '먹통', 발화실은 '훼손'…화재 원인 결국 못 밝혔다

조사단은 부주의에 의한 실화(失火)나 의도적인 방화(放火), 전기적 요인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분석했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조사단은 방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성북구청에 별서 인근 도로 CCTV 영상을 요청했으나 해당 CCTV는 내부 통신망이 설치되지 않아 영상 확인이 불가했다.

담배꽁초 등에 의한 실화 가능성도 배제됐다. 화재 발생 직전 오전 11시쯤 현장에 있던 청소관리인은 "흡연하지 않는다"고 진술했으며, 지붕 해체 과정에서 발화실이 붕괴돼 담배꽁초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

전기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 역시 규명되지 않았다. 발화실로 특정된 창고 내 가전제품 연결선에서 단락흔이 확인됐지만 이를 화재의 원인이 되는 '제1차 단락흔'으로 단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창고 내부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와 에어컨·TV 등 전기제품이 다수 전소된 상태로 발견됐으나 발화실의 붕괴로 제품들의 전원 연결 및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조사단은 이 또한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화재 감지기·스프링클러 모두 없었다…'목조 건물' 화재에 속수무책

6월 30일 화재 당시 소방은 약 4시간 만에 불을 껐지만 송석정은 반소됐다. 내부 의자와 탁자 등 집기류의 60%가 불에 타 약 1억59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불길이 빠르게 번진 것은 송석정이 목조 한옥 구조로 돼 있을 뿐 아니라 화재감지기나 스프링클러 같은 기본 소방설비조차 없었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조사서에 따르면 송석정은 한식 연와조·목조 기와지붕 구조로, 목재·한지·초벽 등 불에 잘 타는 재료로 마감돼 화재 확산 속도가 빨랐다.

내부에는 화재감지기와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방설비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수동식 소화기만 비치돼 있었다. 건물 인근 소방시설 역시 전기 연결이 되지 않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유산 특성상 스프링클러 등과 같은 자동소화설비 설치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설치 과정에서 훼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소한의 소화설비는 설치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 등은 배관 설치가 어려운 문화유산 특성상 설치가 제한될 수 있으니 가스계 소화설비 등을 설치해서 화재를 예방해야 한다"며 "문화재청과 소방 당국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문화재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초기 진화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