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매수인' 내세워 빌라 전세사기…임차인 306명한테 693억 편취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이른바 '바지매수인'을 내세워 수도권에서 수백억 원 대 빌라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2020년 5월~2022년 10월 서울·경기·인천 등 빌라 306채를 바지매수인 명의로 매수하면서 동시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진행 수법'으로 임차인 306명으로부터 보증금 693억 원을 편취한 일당 71명을 검거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바지매수인 총괄 모집책 A 씨와 매수인 브로커 B·C 씨 등은 빌라를 매수할 의사가 없이 명의만 빌려주는 바지매수인을 빌라의 매수인으로 내세워 빌라 매매 및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 전세보증금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취득하기로 공모했다.

보통 무자본 동시진행 수법은 임대사업자 1명이 다수의 빌라를 매수하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리베이트를 취득하는 구조였으나, 이번 사건에서 A·B·C 씨는 생활고 등으로 인해 일정 금액을 받고 명의를 빌려주는 바지매수인을 모집해 그들을 임대인으로 내세워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A·B·C 씨는 컨설팅업자들로부터 1건당 200만~1500만 원을 리베이트로 수수해 총 18억 원 상당의 불법 수익을 취득했으며, 바지매수인들은 명의를 빌려준 대가로 모집책들로부터 30~100만 원을 취득했다.

특히, 이들은 바지매수인 1명당 빌라를 1~2채 정도만 매수함으로써 대규모의 조직적인 범행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 'HUG 악성임대인 명단'이나 '국토교통부의 악성임대인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임차인이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단순한 보증금 지급 채무 불이행에 해당하는 민사사건으로 치부돼 관계기관의 단속이나 수사를 회피해 왔다.

그러나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약 540개의 계좌 거래내역 등을 추적한 끝에 바지매수인 총괄모집책, 매수인 브로커, 컨설팅업자 등 점조직처럼 흩어진 관련자들을 특정해 검거할 수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