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떼면 안 된다고요?"…강동서, '픽시자전거' 집중단속
17일부터 집중단속 기간…'안전운전의무 위반'으로 처벌
'브레이크 없는 픽시자전거 탑승 방치했다면 보호자도 처벌 가능'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주변에 타는 친구들 많지? 그럼 꼭 말해줘.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 가다가 경찰관이 잡아 세우더라. 조심해야 한다고 꼭 말해줘. 브레이크는 꼭 달고."
지난 15일 오후 3시 반쯤 서울 강동구 고덕역 인근에서 김성현 강동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장은 픽시자전거를 타고 있는 중학생 최 모 군을 발견했다. 최 군의 자전거는 브레이크 장치가 제거된 상태였다.
김 경장은 서라는 지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최 군을 쫓아 30m가량을 달려갔다. 김 경장은 자전거를 멈춰 세운 뒤 "크게 다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최 군을 타일렀다.
최 군은 풀이 죽은 채 김성범 경사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이름과 학교를 대답했다.
김 경사는 "현재는 처벌 대신 계도를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름과 학교를 묻기만 해도 아이들이 경각심을 느껴 시정 조치가 잘 이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강동경찰서는 아이들이 인근 중학교에서 하교하는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 동안 강동구 명일동 일대에서 브레이크 없는 픽시자전거를 집중 단속했다.
픽시자전거는 변속기나 브레이크 없는 기어 고정 자전거를 뜻한다. 원래 경기장에서 사용되는 선수용 자전거였지만 최근에는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단속 경찰관들은 아이들에게 '픽시자전거는 자전거가 아닌 차'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나눠주면서 "부모님이 아동학대 방임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 중학생은 "브레이크가 없으면 안 된다고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날 만난 아이들은 적지 않은 또래들이 픽시자전거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외관이 멋있고 '스키딩(뒷바퀴를 미끄러지게 해 정차하는 기술)' 등 현란한 주행 기술을 연마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단속 경찰관에게 안내문을 받은 중학생 이 모 군(14)은 "자전거가 있는 친구 열 중 셋은 픽시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며 "자전거를 타는 기술 같은 게 있어서 멋져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브레이크 장치를 제거하고 픽시자전거를 타는 경우다. 브레이크를 제거하면 즉각적인 감속이 불가능해 안전사고 위험이 더욱 커진다.
브레이크 없는 픽시자전거가 사망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지난 7월에는 서울 관악구에서 픽시자전거를 타던 중학생 A군이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속도를 줄이지 못해 에어컨 실외기에 충돌해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19일에는 대전 서구에서 픽시 자전거를 몰던 10대 중학생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택시와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픽시자전거를 몰던 이 모 군(15)은 "픽시자전거를 타는 애들이 5명이면 2명은 브레이크를 떼고 탄다"며 "불법인 걸 알지만 경찰을 보면 그냥 피한다"고 말했다.
단속 과정에서 김 경장은 "지속적인 홍보로 타면 안 되는지 몰랐다는 아이들은 많이 줄었다"면서도 "브레이크가 탈착식이라 아이들이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설치한다. 제일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교통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자전거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픽시 자전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구동장치, 조향장치, 제동장치가 있는 바퀴 둘 이상의 차'라는 자전거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픽시자전거가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한다고 보고, 브레이크 장치를 떼고 인도와 차도에서 픽시자전거를 모는 행위를 도로교통법상 안전의무위반으로 단속·처벌하기로 했다.
강동경찰서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집중계도 기간으로 삼아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배포하고, 학생들이 많이 오가는 지역을 위주로 현장 계도활동을 펼치고 있다.
본격적인 단속은 오는 17일부터다. 이 기간에 적발되는 성인은 즉결심판 대상이 될 수 있고, 18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보호자에게 통보된다. 보호자가 픽시자전거를 이용하는 청소년을 방치할 경우 아동복지법상 '방임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날 단속에 나선 송근도 경장은 픽시자전거를 타는 청소년들에게 "브레이크는 꼭 설치하고, 교통법규를 모르면서 도로 위를 함부로 주행하면 안 된다"며 "사고 시 헬멧 착용 여부에 따라 사망률이 크게 갈린다.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픽시자전거뿐만 아니라 무면허 전동킥보드 탑승도 심각한 문제"라며 "청소년들의 무면허 킥보드 주행도 엄연한 단속 대상"이라고 당부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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