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수사기관, 통신이용자정보 취득 시 법원 허가 절차 마련해야"

"민감 정보 제한하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국회의장에 의견 표명

국가인권위원회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수사기관이 통신이용자 정보를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취득하는 경우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이룬 오늘날까지 아무런 견제 장치 없이 수사기관 등이 통신이용자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의 통신이용자 정보 제공 제도는 수사기관 등이 재판이나 수사 등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또는 해지일 등 '통신이용자 정보'의 제출을 요청하면 전기통신사업자가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2년 이후 국회에 법원 허가 절차 도입 등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통신이용자 정보 수집을 제한하려는 법률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된 바 있으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10년 넘게 통과되지 못했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이 범죄와 무관한 사람들의 인적 사항까지 수집 대상에 포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개인정보 수집의 목적과 대상자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보았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달 25일 국회의장에게 "수사기관 등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통신이용자 정보를 취득하는 경우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전기통신사업법의 통신이용자 정보에서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정보를 제한하며, 취득 정보의 폐기 및 목적 외 사용금지, 비밀유지의무 등 사후관리에 관한 규정을 일반규정으로 마련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법원의 허가 절차 마련 전이라도 국민의 기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정보 제공 제한 △취득 정보의 폐기 △목적 외 사용금지 △비밀유지의무 △적극적 정보공개 △가이드라인 수립 △기관 자체 심사 절차 마련 등 제도를 개선해 공공의 안전보장 등 공익적 목적과 통신이용자의 권리보장 간의 균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권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 등에 제공한 통신이용자 정보 현황을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제도의 체계적 운영을 위해 '통신이용자 정보 제공제도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 수립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국방부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에겐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해 통신이용자 정보 요청 시 기관 자체적으로 사전 심사를 거친 후 최소한의 정보만을 요청하도록 내부통제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5년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최종견해를 통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영장 없이 이용자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통신이용자 정보 제공 제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법률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또한 2017년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우리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sinjenny97@news1.kr